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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콘솔게임 발매리스트가 부실할까

필자 등록을 해둔지는 오래 되었는데 글은 처음 써보는 군요.
오늘은 대한민국의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보통 한 해의 게임 스케쥴을 파악하기 위해 많이 보는 것이 바로 발매리스트인데요. 콘솔 게임을 다루는 매체는 많지만, 발매리스트를 다뤄주는 매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지니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아마도 국내 콘솔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보는 발매리스트는,
루리웹 발매리스트<< 일 겁니다.


이 발매리스트를 보다보면 의구심이 생길 텐데
왜냐하면 지금(09년 4월)부터 2009년 연내에 나오는 타이틀이 20개가 채 안된다는 겁니다.

"아니, 대한민국에 그 많은 퍼블리셔에서 내는 콘솔 게임이 1년에 20개 남짓이라는 거냐!?"

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발매리스트가 이렇게 썰렁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첫번째로 국내 발매리스트는 거의 달 단위로 갱신이 됩니다.

국내 퍼블리셔에서 XX란 게임을 낼 때 이를 보통 1~3달 전에 발표를 하기 때문에
발매리스트에도 1~3달 전에 등록이 됩니다.
E모 회사의 G모 게임의 경우 발매일 2주 전까지 계약이 우왕좌왕 한 적도 있습니다만.
왜 1~3달전에 발표를 하게 되냐면 그 시점에 계약을 하기 때문이죠.
보통 게임 하나를 마케팅할 때는 2~3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계약이 늦어지기 때문에 마케팅에 들어가는 시간은 1달이나 되면 다행입니다.
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는 퍼블리셔와 개발사간의 줄다리기 때문입니다.
서로 조건을 맞춰나가는 것이죠. 확실하게 잘 팔릴 거라 예상되는 타이틀은 계약성사가
쉽지만, 잘 나갈지 모르는 타이틀은 계약에서 서로 조건을 유리하게 잡으려 하기 때문에
난항을 겪습니다.
한창 콘솔 게임이 잘 나갈 때는 이런 일이 적었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게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적지 않은 수가 이런 줄다리기에서 밀려 발매되지 않는 것이고요.
현재 콘솔 게임시장의 타이틀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요약하자면, 타이틀 판매량이 급감함에 따라 계약을 시도하는 게임 수가 줄고, 계약단계에서 탈락하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작 본위의 시장이 형성되게 된 것이죠.

그나마 그 대작이란 것도 국내 판매량이 처참한 타이틀도 적지 않아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상황이 몇 년 정도 지속되면
아마도 우리는 PS2 초기 시절의 암흑기로 퇴보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징후가 보이고 있고요.

※ 두번째는 환율입니다.

환율 급변으로 인한 수출/수입 게임사의 희비 교차로,
2009년은 초반부터 게임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라고 생각합니다.
예년에 비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게임을 수입해야 하는 대다수의 콘솔 게임 퍼블리셔는
타이틀 생산비가 올랐습니다. 오른만큼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가기 때문에
타이틀 가격을 올려서 발매하거나 발매를 포기한 게임도 있습니다.
2009년 초에 PS3로만 발매된 멀티 타이틀이나 대작이지만 가격이 6~7만원 가량을 오간
대작들이 바로 그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환율이 내리긴 했지만 작년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 이 현상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국내 콘솔 시장이 정발 시장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유저들이 게임을 사줘야 합니다. 게임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현지화 타이틀도 늘어나는 것이고 그래야 콘솔 게임 시장도 점점 살아납니다. 혹자는 외국인 좋은 일을 뭐하러 하냐고 하지만, 살아난 시장에는 시장성이란 게 생기고 그래야 국산 개발사들도 콘솔 게임 개발을 재고할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외국인 좋은 일이 아닌 대한민국인이 좋은 시장이 되어 가겠지요.

필자는, 콘솔 게임 시장이 살아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지만
그래도 때로는 제 생각이 틀려 그런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 2002년에 시작되었던 풍요로웠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다음 잡문은 아마도 닌텐도에 관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자 : syu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