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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고양이와 쿠데타", 몽타주 더듬기

인디케이드 소식을 전할 때 잠깐 소개했던 다큐멘터리 게임 "고양이와 쿠데타"(The Cat and the Coup)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란의 첫 민주 총리였지만 1953년 CIA가 사주한 쿠데타로 실각한 모하메드 모사데크의 비극적 삶을 다룬 게임으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윈도용과 맥용을, 스팀에서 윈도용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습니다. 플레이어는 죽은 모사데크의 고양이가 되어 모사데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안내합니다(괴롭힙니다). 게임은 플랫포머처럼 보이지만 고전 어드벤처 게임처럼 방마다 게임을 계속 진행할 방법을 찾아가는 식입니다. 진행방법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고양이와 쿠데타"는 어떤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보편적인 게임 같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조작감도 그리 매끄럽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고양이와 쿠데타"에서 게임플레이란 진행의 수단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마치 커다란 캔버스의 구석구석을 더듬어가듯 모사데크가 겪은 사건들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장면들을 목격하는 구성입니다. 그야말로 몽타주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이런 구성은 게임이라고 메커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 보여주는 듯합니다.

더구나 이란에 대해선 뉴스에 오르내리는 "악의 축" 이미지가 익숙한 현대에, 모사데크의 비극적 기억들로 합성된 커다란 몽타주를 더듬는 것은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구성이나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