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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타

9월의 게임 번역글: 여주인공, 재미, 포스트모템, 엔드게임, 디자인, 이상한 던전

9월의 게임 번역글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인터넷에 올라온 게임과 IT, 문화 관련 번역글을 모았습니다.


☞ 그동안의 월간 번역글 보기


최근 계속 그랬듯 isao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디즈니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을 비교 비평 한 글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디즈니작품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소위 '비탄에 빠진 소녀' 모델에 의지하고 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나 '백설공주'、'신데렐라' 등의 이야기의 여주인공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동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자기자신의 드라마 속에서 주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저 요리나 세탁, 청소를 하며 미모로 왕자를 사로잡을 뿐이다。그리고 여주인공에 사로잡힌 왕자가 여주인공이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고 있는 역경에서 그녀를 구출해 낸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디즈니작품에서는 적어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도 주체가 되기도 하며 종종 여주인공은 왕자를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그러나 공주의 행동은 오로지 왕자와의 관계를 위해서 펼쳐질 뿐이다. 

이에 비해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훨씬 복잡한 개성을 갖고 있다. 

미야자키 작품의 여주인공들은 남성과의 관계 이외에도 자신이란 요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10살짜리 치히로가 부모를  돕기 위해서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다. 스토리 구성에 포함되는 로맨스는 본주제에서 제외되어 있고 치히로의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부모를 돕는다는 사명의 사이드스토리에 머문다. 이러한 특징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등 미야자키 작품의 대다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나는 로맨스를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맘에 든 미야자키 작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귀를 기울이면' 두작품이다. (후자는 미야자키씨가 각본을 담당했으나 감독은 맡지 않았다) 둘다 완전히 공식에 따른 전형적인 로맨스물이지만, 두 작품의 여주이공인 소피와 시즈쿠는 둘 다 이성과의 관계외에도 관심사나 자신의 생활, 개성을 갖고 있다."

isao님의 단골인 타오히 히로무 칼럼으로는 3DS 추천작 10개를 꼽는 글3DS로 나오는 여성대상 게임을 소개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이 사원교육에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도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

8월에 잠잠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9월에 참 많은 가마수트라 번역을 올렸습니다.

먼저 게임 디자이너 타그 켈리가 "플레이어 캐릭터"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를 투사할 수 있는 인형이 되어야 한다 주장하는 글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케이지(David Cage)를 비롯한 게임 제작자들은 극적인 장면과 컨트롤 사이의 상호작용이 영화를 보는 동시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를 통해 유대감을 강화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와 다르다. 훨씬 화려하기는 해도 <헤비레인은> 양식적으로 고전 아케이드 게임 <제트 셋 윌리(Jet Set Willy)>와 전혀 다르지 않으며, 자아에 대한 동일한 창작상수가 적용된다. 이중성의 개입은 대개 자기를 투사한 인형에게 느끼는 부모로서의 유대감을 약화시키고, 게임을 하는 시간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간을 분리시켜 놓는다. 게임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상관없어. 지시에 따라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돼. 감정적인 부분은 내가 다룰 테니.” 그렇게 해서 우리는 게임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지루한 컷신들을 대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이야기라 할지라도) 영화적 이야기 주도의 게임 접근방식이 언제나 이상하리만큼 지루하게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스토리센스(storysense)가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디지펜의 닐스 클락 교수는 "재미는 지루하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그는 게임의 다양한 특성과 매력을 '재미'라는 한 단어로 압축하는 건 게으르다며, 더 구체적인 언어와 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게임 디자인 이론 쪽을 더 본다면 게임 속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고찰도 주목할만 합니다. 더해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게임의 인지 영향에 대한 연구도 세심히 읽어볼만 하지요.

기술 쪽으로 가면 낙하 액션 게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의 개발자가 말하는 모듈화된 절차적 콘텐츠 생성, 로블록스의 개발자가 밝히는 대규모 온라인 게임에서 물리를 제어하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중고 게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블리자드와 유비소프트, 베데스다의 현지화 전문가들이 말하는 현지화 조언도 관심이 있다면 살펴볼만 합니다. 8월 번역글에서 breadceo님의 번역으로 소개했었던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게임 개발자 간의 의사소통 패턴도 한콘진의 번역으로 올라왔네요.

가마수트라의 특집기사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게임 아트/그래픽 관련 글도 하나 올라왔습니다. EA 상하이의 아트 디렉터 오드런 게라드가 게임 플레이어에게 흥미로운 아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칙과 요소들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물체(object)를 가장자리부터 인지한다. 따라서 표현의 명확성을 위해서, 우리는 실루엣을 먼저 생각해고, 물체가 그 실루엣으로 인식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터미네이터와 비슷하다. 방에 들어갈 때 우리의 뇌는 주위 환경을 살피고 인식한다 (목적은 잠재적 위협을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대단하다).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 물건은 분명하고 알기 쉬워야 하며, 혼란스러워서는 안 된다. 아트 스타일 안에서 실루엣을 보기만 해도 인식 가능한 소품과 캐릭터를 만들도록 노력해라. 우리는 3D 작업을 하기 때문에 모든 각도에서 명백하게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을 주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각도를 찾기 위해 게임 플레이 카메라를 사용하고 거기에 조금 더 공을 들여라.

약간의 과장이 실루엣을 통해 물체를 묘사하고 그것의 정서적 감동을 높이는 것을 도와줄 때가 많다. 형태를 만들 때 캐리커쳐를 살짝 섞어 보자. 확실히… 더 흥미로울 것이다!

'현실적인 스타일(realistic style)'의 작업을 한다고 해서 과장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림을 흥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여전히 어느 정도의 캐릭터화(characterization)가 필요하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리얼리즘을 비틀고 확장할 필요가 있다."

가마수트라라면 개발자들의 개발 후기도 역시 빠질 수가 없는데요. 이번에는 루미네스 일렉트로닉 심포니의 개발과정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던 c.AR 앱의 성공담, 크로커다일 엔터테인먼트의 잭 제로의 포스트모템이 올라왔네요.

그리고 개발후기라면 박PD님이 개인 블로그에 GD 매거진의 포스트모템을 요약 번역한 걸 소개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지요. 헤일로: 전쟁의 서막을 비롯해 섹션 8: 프레쥬디스, 슈퍼브라더스: 스워드 앤 소서리 EP, 문명 V, 리프트, 인디아나 존스 어드벤처 월드, 마인크래프트의 포스트모템이 올라와있으니 살펴봅시다.

저(밝은해)는 개인 블로그에 길드 워 2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엔드 게임(만렙 콘텐츠)에 대한 글을 간략히 번역해 올렸습니다. 아레나넷이 기존의 엔드게임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지속적으로 즐거운 MMO 경험을 만들고자 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레임프루프에는 화제가 된 헤드 마운드 디스플레이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기사가 번역되어 올라왔습니다. 미물님은 스택오버플로에 올라온 새로운 프로그래밍 관련 은어들을 번역했네요.

애플포럼의 casuabon님은 9월에도 여러 글을 번역했는데요. 이번에는 디자인 관련 기사 두 개를 꼽아보았습니다. 하나는 최근 애플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결점을 지적한 글입니다.

"베아르는 애플의 나무로 된 디지털 서재를 예로 들었다. "디지털 서재는 서재로 작동하질 않습니다. 실제 사용과는 별 관련이 없으면서 혼란스럽죠. 물리적인 서재에 익숙한 제 두뇌는 사용성의 차이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귀엽기는 해도 딱히 실질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아요."

시각적 메타포는 실제 별 도움도 안 되면서 호사스러울 뿐더러 유행에 뒤떨어져 보이기도 하다. Lytro 카메라와 Fitbit을 디자인한 NewDealDesign의 디자이너 가디 아미트(Gadi Amit)는 디지털 롤로덱스를 사용하여 연락처가 어디에 있는지 나타낼 때를 예시로 들었다. "물론 제가 나이가 좀 있습니다만, 인생에서 한 번도 롤로덱스를 못 본 동료가 좀 있어요. 그러니까 롤로덱스는 컴퓨터 혁명의 초창기 시절에나 있던 것이죠. 그 시절 물리적인 개체와 디지털 세상 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시도였어요.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의 문화가 바뀌었으니까요. 더 이상 디지털 개체를 기계적인 현실적 개체로 번역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스큐어몰피즘은 한물 간 패러다임이에요."

앞서 언급한 애플의 전직 디자이너의 말이다. "실제 기능성보다는 애플이 지나치게 스큐어몰피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스콧 포스탈은 최근, 최신 운영체제인 iOS 6에서 전자표와 쿠폰을 지울 때 사용하는, 파쇄기 애니메이션을 시연했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 파쇄기를 구경이나 해 본 아이폰 사용자가 몇이나 있을까? 필요하긴 한가? 아니면 그저 시각적인 자위일까? 다시 그의 말이다. "제가 보기에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에요. 제품 자체에 별 필요가 없는데 구태여 호사스러운 걸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디터 람스 인터뷰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칫솔을 가져왔다) 보세요. 80년대 당시 새로 나온 오랄-B 라인의 칫솔을 관리할 때 제가 브라운에 있었습니다. 이건 참 오래 된 치솔이죠. 디자인 과정은 간단합니다. 둥그런 실린더가 솔이 있는 머리 부분으로 이어지죠. 칫솔모는 중앙 집중형이에요. 만약 이 칫솔모가 비대칭적으로 돌출되어야 한다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이런 사항들이 본질적일 때가 많아요. 망쳐 놓는다면 물건 전체가 망가지거든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제품 디테일을 좋게 하면 결국 전체 외관이 좋아지니까요.

외양때문에 칫솔을 산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뇨. 면도기를 봐도, 외양이 좋다고 면도기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면도는 신중하게 해야 하죠.마찬가지로 칫솔 또한 디자인 때문에 사지는 않고 좋다고 믿어야 사는 거죠. 살인용 무기로도 쓸 수 있을 칫솔을 설계한 디자이너도 있었습니다. 오랄-비에서는 그만큼 더 나은 사용성을 내세웠어요.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것과 거친 것을 합친 재료로 칫솔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둘이 조화를 이뤄야 닦을 때 미끄러지지 않는 유연한 칫솔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오늘날의 칫솔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있는데요. 람스 씨의 좌우명이 그겁니까?

제품에서 품질 작업에 비중을 둡니다. 각도의 경로라든가, 꺾이는 곳이라든가 모두 다 중요합니다. 디자인 공부할 때 다 배우는 것들이죠. 잊거나 이해 못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우리의 제품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브라운에서 확신했던 겁니다. 마음 속으로 이런 목표를 가졌다면, 바보같은 물건은 안 만들게 되겠죠."

국내 출간된 헤일로 소설의 번역가인 에른스트님은 헤일로 4의 제작 영상(1부, 2부)에 한글 자막을 입혔습니다. 지난 달에 소개한 어쌔신 크리드 3 제작 영상도 그랬지만, 참 멋지네요 :)

자,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루리웹 유저 정보게시판을 보죠.

먼저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WiiU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소개 내용을 전부 번역한 글이 있습니다. 기기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면 한 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드래곤 퀘스트의 창시자 중 한 명이자 사운드 노벨과 이상한 던전으로 유명한 츈소프트의 창립자 나카무라 코이치 인터뷰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어 도어는 창작 게임이었죠. 도어 도어를 만든 과정을 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어디서 게임의 영감을 얻었고, 어떤 게임이며, 어떻게 그렇게 유명해졌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처음에 공모전용 게임을 만들려고 했을 때, 남코의 디그더그를 모방한 디그디그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공모전에는 오리지널 작품을 내야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디그더그의 재미를 가지고 나만의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까...저는 고등학생이었고 교실에 앉아서 구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교실 문을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거기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게임은 2등을 차지했고 TV에서도 시연되었죠.

[...]

사운드 노벨은 미국에 나온 적이 없었지만 이상한 던전은 몇 편 나왔었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어디서 이상한 던전의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로그(Rogue)나 비슷한 게임을 바탕으로 했을 것 같은데요.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정확합니다. 직원 중에 로그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로그는 굉장히 어렵고 하드코어한 게임이었습니다. 온갖 알파벳을 쓰잖아요. 처음에는 일주일내내 로그를 플레이했는데 이 게임이 뭐 그리 재미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게임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울티마와 위저드리도 어려운 게임입니다만, 저희가 그런 게임을 가지고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게 드래곤 퀘스트였습니다. 로그도 그런 식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더 이해하기 쉽고 하기 쉬운 로그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이상한 던전입니다. 토르네코의 대모험이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나온 게임이죠."

리차드 개리엇이 울티마 온라인 15주년을 맞아 쓴 회고는 그 시절 낭만의 냄새가 풍겨옵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법한 게임회사 뒷담화 모음의 번역은 해외 유명 게임회사들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네요.


이번 달은 여기까지입니다. 10월의 게임 번역글로 찾아오겠습니다. 10월 번역글은 부디 제 때 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