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스웨덴의 인디 게임 디자이너 cactus(본명 요나탄 쇠데르스트룀)가 자신이 만든 게임 18개를 묶은 "캑터스 아케이드 2.0"(Cactus Arcade 2.0)을 공개했습니다. PC용이고, 프리웨어입니다.

이 묶음에는 그간 기부자에게만 전달되었던 게임 Gamma 4와 Norrland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게임은 별도로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게 했네요.

(게임 실행이 안 될 때: 경로명에 한글이 들어가 있을 경우 메뉴에서 게임을 선택하면 버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게임선택 메뉴를 거치지 말고 다운로드 받은 게임 폴더의 games 폴더에서 개별적으로 게임을 실행하면 됩니다.)

cactus의 게임은 하나같이 어렵거나 불친절합니다. 대부분 키 조작 외에는 거의 가르쳐주는 게 없어서 게임방법은 플레이어의 본능으로 자각하거나 시행착오로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지난 GDC(게임 개발자 회의)에선 "재미를 위해 플레이어 학대하기"(Abusing Your Players Just For Fun)란 제목의 강연을 한 사람이 cactus입니다. 그는 강연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느낄까, 편안해할까를 신경쓰다 보면 디자이너로서의 비전에 타협하게 된다"며 "순수하고 독자적이며 여과되지 않은 자기 표현으로서의 게임"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게임을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cactus의 게임은 대부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안에 만든 것이고, 대개 어떤 하나의 아이디어나 관점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에 가깝습니다. 불편하고 때로 불완전한 면도 있지만, 그 단순하고 기괴한 게임에서 뭔가 얻어갈 것, 생각해볼만한 것은 하나씩 있을 겁니다.

저는 cactus의 게임을 하면 디씨인사이드 같은 곳에 올라오는 만화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만화는 어설퍼 보여도 메이저에서 놓치고 있는 뭔가 중요한 것을 담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cactus가 인디 개발자로서 마음껏 게임을 만들고, 제가 그것을 해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합니다. 그는 상업용 메이저 게임, 심지어 다른 인디조차도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게임을 만듭니다. 앞으로도 그가 자기 맘대로 게임을 만들면 좋겠네요 :)

이번 "캑터스 아케이드 2.0"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게임은 새로 공개된 Gamma 4와 Norrland, 그리고 Kryzta, Silent Chain, EVAC, Xoldiers, This is Infinity입니다. Gamma 4와 Xoldiers는 기괴한 분위기를, Kryzta와 Silent Chain은 독특한 게임 메커닉을, EVAC은 짧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된 레벨을 주목할 만 합니다. Norrland는 세 가지 특성을 모두 조금씩 담고 있네요. 그리고 This is Infinity는...아마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cactus에 게임에 더 관심이 생기신다면 2008년에도 "캑터스 아케이드"가 나온 바 있으니 참고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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