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여기 재밌는 영상들 있어요! 라기엔 많이 뒷북입니다. 사실 요거 3월 20일에 써놨다가 놔둔 글이에요. 이제야 완성하고 발행하네요...그냥 흘려보낼까 생각했는데, 뭐, 뒷북이어도 재밌으니까요. 괜찮아요.]


근래 해외 게임 뉴스나 블로그를 둘러보셨다면 위 영상 한 번쯤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 동키 콩의 주인공인 점프 맨(마리오)과 구출 대상인 폴린의 역할이 바뀐 게임플레이 영상입니다.

아타리용 동키 콩 롬을 해킹해서 두 캐릭터의 역할을 바꾼 사람은 경력이 10년 넘는 베테랑 개발자 마이크 미카입니다. 지금은 아더 오션 인터랙티브의 CCO인 미카가 이런 일을 한 동기는 단순했습니다. 딸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거지요.

"세 살난 딸과 함께 게임을 많이 합니다. 딸애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동키 콩이죠. 그런데 이틀 전 여자로 플레이해서 마리오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에서는 피치 공주로 플레이했었으니 동키 콩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요.

저는 이 게임에서는 안 된다고 했고 딸애는 크게 낙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뭘 달리 할 수 있겠습니까? 한 밤중에 일어나 ROM을 해킹하고 마리오를 폴라인으로 교체했습니다. 마리오의 프레임을 다시 그려서 ROM 안의 팔레트를 교체했지요. 상단의 M도 폴라인의 P로 바꿨습니다." (유튜브 영상의 설명란에서)

원래 미카는 이 작업과정을 친구들만 볼 수 있게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친구들이 레딧에 이 소식을 캡쳐해서 올렸고, 곧 게임IT 미디어는 물론 주류 언론에서도 다룰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화제와 비슷한 시기, 게임 속에서 여성이 구출 대상이 되는 클리셰를 탐구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대중문화를 여성주의[페니미즘]로 바라보는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왔던 아니타 사키시안이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만드는 시리즈 트롭스 vs 위민 비디오 게임의 첫 번째 에피소드였죠.

[알림: 이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단 사람은 바로 접니다 -_- v]

이 에피소드에서 사키시안은 게임에서 '곤경에 빠진 처녀' 클리셰가 자리잡은 계기 중 하나로 동키 콩을 꼽습니다. '곤경에 빠진 처녀' 클리셰를 뼈대로 활용한 영화 킹콩과 애니메이션 뽀빠이에서 영향을 받은 동키 콩은 다시 동일한 클리셰가 (최소한 서사 층위상에서는) 주된 동기로 작용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로 이어졌습니다. 또 닌텐도와 미야모토 시게루의 또다른 대표작인 젤다의 전설 역시 이 클리셰를 중심 플롯 장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키시안은 이 닌텐도의 게임들이 '곤경에 빠진 처녀' 클리셰를 게임계에 대중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딸을 위해 동키 콩을 해킹했던 미카는 그 전까지 이 트롭스 vs 위민 시리즈나 이와 관련해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주의나 어떤 이념 주장을 위해서 해킹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인식이 넓어졌고, 앞으로 자신이 게임을 만드는 방식이 바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눈이 뜨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게임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만든 많은 게임은 폭력적이지도 의도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고보니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 딸은 이제 세 살이지만 저는 딸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못했어도 딸애가 언짢아 하는 게 있으면 이제는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게임을 만드는 방식을 정말로 바꾸어놓았습니다." (MSNBC 인터뷰에서)

폴린 버전 동키 콩이 화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키시안이 '곤경에 빠진 처녀' 클리셰의 대표작으로 들었던 또다른 게임 젤다의 전설 역시 기존 역할을 바꾼 해킹이 나왔습니다.

제목에 이름이 나오지만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던 젤다가 시리즈의 주인공인 링크를 구하는 이 버전은 폴린 버전 동키 콩 이야기를 들은 케나라는 사람이 프로그래머인 남자친구와 함께 제작한 것입니다.

케나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으로 손쉽게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 수 있는 데 놀라면서, 젤다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데 기뻐했습니다. 

"젤다로 플레이하는 거 정말 기분 좋아요. 젤다 캐릭터에 더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정말 제가 굉장한 영웅 같은 기분이거든요. 젤다가 되어 검을 휘두르는 거 정말 멋집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직접 해봐야 한다니까요 :D"

직접 해봐야 한다고 한만큼 케나는 자신들이 만든 패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딸을 위해 동키 콩을 해킹했던 미카 역시 마찬가지고요. (영상 설명란에 zip 파일 링크가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해외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1ReasonWhy라는 트위터 해시태그가 화제였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업계가 여성에게 불편한 이유와 자신들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해보는 태그였는데요.

이 해시태그를 통해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해외 게임 매체는 물론 일반 매체에서도 이를 다루었고 관련해 다양한 반응과 반박,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서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수많은 트윗들 중 일부를 모아서 번역해보았습니다.


 킴 스위프트 (@K2theSwift): 전시회에서 접대원으로 오해받았기 때문.


 브렌다 로메로 (@br): 난 그 사람의 장식품이 아니야, 씨발놈들아. 나는 게임을 만든다. (역주: 브렌다 로메로는 얼마 전 존 로메로와 결혼했습니다.)


 제인 맥고니걸 (@avantgame): 전쟁, 카우보이, 축구,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대작 게임에 투자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사실이잖아요.


 바네사 헌터 (@VanessaH_Art): 최악의 성차별은 "순진한" 가정이다. 그래픽만이 게임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 적합한 경력이라는 말은 역겹다.


 리아나 프레챗 (@rhipratchett) 적절한 복장을 입은 여성 캐릭터가 희귀하게 여겨지기 때문.


 타미 바리부 (@cuppy): 단체 주문할 때 여성용 티셔츠를 한 장도 주문하지 않으니까. 특히 XS나 S이상은 절대.


 레이 알렉산더 (@leighalexander): 남성 동료는 화내고 바보짓하고 짜증내고 술취해도 되는데 나는 안 된다.


 찰스 란델 (@charlesrandall): 동료 여성 개발자들 중 누구도 자기를 인터뷰한 기사의 댓글을 읽지 않는다. 얼마나 끔찍할지 아니까.


 데이비드 힐 주니어 (@davidahilljr): 많은 명망 높은 디자이너들이 내 게임을 찬사해주었다. 아내와 함께 개발했을 때는 아내의 외모를 찬사했다.


 필라메나 영 (@filamena): 디자이너들이 축하를 받는 전시회가 내게는 안전하지 못한 장소기 때문이다. 진짜로. 내 몸을 더듬었다고.


 릴리안 코헨 무어 (@lilyorit): 게임 기자 일을 할 때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 그리고 게임 디자이너가 되서 당할 때는 더 비참했기 때문.


 가브리엘 켄트 (@GabrielleKent): 그래픽 팀장이 이력서를 보면서 '여자는 더 필요없어. 문제만 일으키잖아'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샤나 저메인 (@shanna_germain): 내 작업보다 외모를 먼저 평한다.


 카트리나 페이크 (@Caterina): 남성 공동창립자의 조수로 오해받은 적...세 번? 네 번?


 브리타니 퓨어스트 (@b_1st) 내 동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 즐기는 게임은 하찮다고 보기 때문. (우리 스튜디오는 '여성 대상'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앤 기플 (@alienpigpen): "여성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면서 여성 개발자들의 의견은 반복적으로 무시되기 때문.


 사라 그리섬: 여자들이 우리 게임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안 통계팀이 충격받았기 때문.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래도 게임을 만드는 이유

이 가운데 툼 레이더 신작의 작가 리아나 프래쳇은 그래도 여성들이 게임을 계속 만드는 이유를 말해보자며 #1reasontobe 해시태그를 제안했습니다.


 안나 에바 칼리 (@G33kGrrly): 세 살 된 조카와 한 살된 조카는 이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니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카리나 맥클레인 (@carinamclane): 왜냐면 기술을 이용해 시각적이고 상호작용하여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물건을 만드는 게 굉장히 재미있으니까.


 브렌다 로메로 (@br)우리 딸이 "여자는 게임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우리 엄마 게임 만들어!"라고 말했을 때.


 니아 원 (@Wormella): 지금 내가 여기있는 이유는 어릴적 어머니께서 내가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면서 "언젠가 그게 중요해질 거야" 라고 말하셨기 때문.


 케이트 웰치 (@shegeekshow): 그 모든 개같은 여성혐오주의자들 말고도 존경스럽고 재미있고 뛰어난 남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으니까.


 샤나 저메인 (@shanna_germain): 전시회장에서 내가 어떤 RPG의 선임 편집자란 걸 알게 된 여자아이가 커다란 미소를 보여줬기 때문.





Here’s a Devastating Account of the Crap Women in the Games Business Have to Deal With. In 2012 - Luke Plunkett, Kotaku

And Here’s Why Women In The Games Business Put Up With So Much Crap - Stephen Totilo, Kotaku

Twitter hashtag '#1ReasonWhy' exposes sexism in game industry - Mike Rose, Gamasutra



시작은 이거였습니다.

"게임으로 만든 배경 구글 뉴스 검색"

" 게임으로 만든 배경" 이란 이름으로 갑자기 뉴스란에 이것저것 뉴스들이 올라오는 거에요.
왕좌의 게임이란 언급이 있는 기사도 있고 뜬금없이 세계일주라는 기사도 있었죠.  

뉴스에 사진은 너무 작았고 이게 뭔가 했습니다. 유머사이트에는 왕좌의 게임이란 이야기가 있더군요.. 더 검색을 해봤더니.

http://sv01seeu.egloos.com/157319 
http://sv01seeu.egloos.com/157322  

이런게 나오더라구요.. 아 이거 뭐야. 미친것 같아.. 라는 기분이 들어서 더 검색.. 

한 체코 기사를 만났습니다.

http://herniweb.cz/game-of-thrones-pretvorena-v-minecrafti-zazrak/   

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Westeros 를 마인크래프트로 재건하기로 했답니다.. 네..? 뭐라구요 [....

이 용자들의 사이트는 >> http://mc.westeroscraft.com/ << 이곳입니다. 이 링크가 가장 중요해요. 

이 말도 안되는 사람들은 왕좌의 게임에 있는 대륙을 그대로 마인크래프트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저 스샷은 Maruku 라는 마인크래프트 렌더러로 뽑은듯 하네요.. 

사이트의 미디어 페이지에는 각종 스크린샷과 동영상을, Livemap 에서는 실시간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

마인크래프트는 정말 대단한 게임인것 같네요.. 

홍보 동영상도 있고 관련상품도 판매중입니다.. 


시작은 오유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minecraft&no=9925&page=1&keyfield=&keyword=&mn=&nk=%BA%F3%C7%E0%BC%BA&ouscrap_keyword=&ouscrap_no=&s_no=9925&member_kind= 


TED 2010에서 강연을 하는 제인 맥고니걸 ©TED

게임묵에서 새로운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생산한 게임이나 관련 책, 뉴스, 강연이 있을 경우, 그 논의의 조각들을 모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번에 제가 번역한 적 있는 그랜드 쎄프트 오토 4의 비평모음이 실린 영어 블로그 Critical Distance의 편집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역사적인 첫 회, 첫 번째 소재는 제인 맥고니걸의 TED 강연 "게임을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입니다.

이는 올해 2월 11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TED 2010 컨퍼런스에서 대체 현실 게임[각주:1]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이 가진 강연입니다. 맥고니걸은 강연에서 게임의 특징인 직접적인 피드백과 의미부여, 게이머가 가진 낙관성과 자발성, 튼튼한 사회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자신이 만든 게임의 사례들을 보여줬습니다. 강연 영상은 TED.com에서 한글 자막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강연이 있었던 2월부터, TED.com에 영상이 올라온 3월, 한글 자막이 등록된 6월에서 지금까지의 추적했던 강연에 대한 (인터넷 상의) 의견들입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에 비해 의견의 양은 예상보다 더 적었지만, 그 중 의미 있는 관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국어로 제인 맥고니걸의 강연 내용을 다룬 것은 "사이언스타임즈"가 CNN 인터넷판에 소개된 것을 재차 소개한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CNN과 SciTechBlog가 맥고니걸의 강연 내용을 보도한 것을 소개하며, 강연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이후 3월에 TED.com에 영상이 올라왔고, 만화연구가 김낙호씨는 트위터를 통해 "게이머에 대한 지나친 낙관만 빼면 TED2010 최고의 강연 중 하나"라며 강연을 소개했습니다.

숙명여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공개 강의 호스팅 사이트 SNOW에는 일찍이 강연과 강연 스크립트의 번역이 올라와 있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강연에 대해 몇 개의 댓글이 남겨졌습니다. 먼저 첫 두 댓글을 남긴 신하영, 이보림씨는 비디오게임을 기존의 선입견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댓글을 쓴 이성화씨는 강연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이 있다"며 과도한 게임화가 가져올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첫 댓글을 남긴 사람과 다른 신하영씨는 맥고니걸이 말하는 게임은 소수라고 생각한다며, 상당수의 비디오 및 컴퓨터 온라인 게임은 폭력성과 잔인함이 너무 심해 실제생활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4월에는 스포츠조선의 권영한 기자가 "국내 게임업계, 불신에서 살아남을 길은?"이란 칼럼에서 강연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당시 "게임중독 부모 사건"과 그 파장에 따른 문화관광체육부의 과몰입 대책 발표, 강제 셧다운제를 포함한 여성가족부의 규제책 계획, 스타리그 승부조작 파문 등 잇따른 게임계 악재를 들어, "제인 맥고니걸의 논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게임회사에 "사회적 책임"과 "매혹적인 '게임 현실' 창조를 넘어선 이상적인 '현실 세계'의 구축에 대한 관심"을 요구했습니다.

데이비드 페리의 TED 강연 자막을 번역한 바 있던 저는 6월 초에 벼르고 있던 제인 맥고니걸의 강연 자막 번역을 신청했습니다. 3월에 TED.com에 올라오자마자 신청하려다 누군가에게 선수를 빼앗겼었는데, 그 분이 번역을 마치지 않아 제게 돌아오게 된 겁니다. 번역한 자막은 6월 말에 리뷰가 끝나 TED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ED.com의 댓글란에는 주로 영어로만 댓글이 올라오는데, 번역 자막이 등록된 후 유일하게 박현성이라는 분이 한국어로 강연에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맥고니걸의 강연을 "훌륭한 대화"라고 칭찬하고, 강연이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환상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며 논조에 동조했습니다.

맥고니걸의 주장은 트위터 세계에서도 작지 않은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Topsy의 집계에 따르면 제인 맥고니걸의 TED 강연은 현재 3000여개가 넘는 트윗(리트윗 포함)을 탔습니다. 물론 이건 한국어 트위터 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어로 쓰인 트윗을 포함한 것이고, 한국어 자막을 바로 볼 수 있는 주소를 언급한 트윗은 현재 44개입니다. 또 제가 디자인과 플레이에 포스트로 따로 올린 것도 33개의 트윗을 탔죠.

트위터 반응의 내용 역시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습니다. 단문 메시지 서비스의 특성상 대부분 짧게 긍정이나 호감을 나타냈지만요.

반면, IT 사업을 준비중이라는 한 사용자는 몇 번의 트윗에 걸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의 힘만이 바꿀 수 있다"고 지적하며, 맥고니걸의 강연은 "게임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또 "게임의 달인에게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 물어보니 폐인만 만들 뿐이라고 답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가 디자인과 플레이에 올렸던 포스트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댓글 하나가 달렸습니다. 글을 남기신 분은 이 강연이 "초등학생들이 PC방에서 욕하며 게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는 빼고 이야기한다며, "교육적인 게임이 그만큼 많아졌을 때 해야 할" 강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작도닷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xacdo님은 블로그에 "게임의 사회적 의미"라는 포스트로 강연을 다뤘습니다. 그는 강연의 논조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맥고니걸 본인은 "게임을 썩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며 "게임이 앞으로 유망하고 썰을 풀기 좋으니까 (논의 소재로) 선택한 느낌"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이컨셉 & 하이터치"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우리들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정지훈씨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한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그는 이 강연을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는데 최고의 강연 중 하나"라고 평하며, "우리나라의 뛰어난 게임 기획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제안했습니다.

플래시게임을 소개하는 블로그 Chocogames의 쵸코님은 강연 영상을 보고 "우리는 게임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는 강연을 계기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세간의 평가를 다시 생각하면서, 개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비해 부족해서 느끼는 '불행'과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게임에서 이룬 '성취'를 대비했습니다. '성취'가 그 '불행'을 없애줄 수 있느냐, 아니면 그 '성취'는 현실의 '불행'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냐가 게임에 대한 관점을 가른다는 것이죠.


다음 소재는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게임) 아니면 "The Art of Game Design"(책) 중 하나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한국에서의 관련된 논의가 임계질량을 넘으면 글로 정리해 찾아오겠습니다 :)



  1. alternative reality game; 용어에서 오해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거나 하는 메시지가 담긴 장르가 아닙니다. 여기서 "대체 현실"이란 게임이 현실을 무대로 하면서 가상의 설정을 가진 세계인 척 하는 걸 말합니다. 맥고니걸의 게임 중 하나인 "석유 없는 세계"가 실제 세계를 무대로 하지만 "석유가 없다"는 가상의 설정을 덮어씌운 것처럼요. [본문으로]

"The Art of Game Design"의 저자 제시 셸 교수가 게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미나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7월 27일 롱 나우 재단이 주최하는 "장기적 사고"(Long-Term Thinking)를 주제로 하는 월례 세미나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롱 나우 재단(Long Now Foundation)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앞으로의 10,000년을 바라보며 느리지만 더 나은 문화 사고를 촉진하려는 문화 재단입니다. 지난 2006년에는 "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도 전자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죠.

셸의 강연은 "게임포칼립스의 비전"(Visions of the Gamepocalypse)이란 제목으로, 2010년 DICE 서밋에서 가졌던 강연 내용을 확장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DICE에서 일명 "상자 밖 디자인하기"(Design Outside the Box)란 강연으로 Wii와 "기타히어로", 소셜게임과 같은 경향은 게임이 현실로 침투하는 경향이라면서, 미래에 우리는 현실을 게임처럼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와이파이가 연결된 칫솔로 이를 잘 닦을 수록 포인트를 추가해준다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자체에서 포인트를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현실이 게임처럼 명확한 피드백과 동기부여의 시스템으로 "디자인된다"는 것이죠. 그의 강연은 찬사부터 혐오까지 극단의 반응을 일으켰고, 논의를 확산시켰습니다.

긍정하는 쪽은 이런 시스템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고, 부정하는 쪽은 비인간화와 상업화의 부작용을 예로 들었죠. 또 게임이란 매체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미래의 삶은 사회설계사 같은 직함을 단 게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게임이 될까요? 그렇다면 우린 즐거울까요? 그걸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셸의 이번 롱 나우 재단 강연은 거의 2시간으로, 30분이 안 되었던 DICE 강연의 4배 가량입니다. 이 시간 동안 그는 DICE에서 말했던 주장의 뒷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왜 그런 미래를 예상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징후를 제시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갖습니다. 강연영상 밑의 탭을 보면 내용을 타이핑한 트랜스크립트(transctipt)도 자막처럼 볼 수 있으니 비교적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다운로드 탭에는 강연 오디오와 영상, 트랜스크립트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서 번역할지...또 모르죠.

예, 그렇습니다.

제가 몇 번 트위터에서 게임 디자인 서적의 삼합이라 떠들었던 책들이 모두 한국에 모였습니다. 삼합이란 크리스 크로포드의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 (1984)과 케이티 살렌과 에릭 짐머만의 "Rules of Play" (2003), 제시 셸의 "The Art of Game Design" (2008), 요 세 권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이 중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만이 같은 제목으로 2005년에 번역 출간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 7월, 드디어 "The Art of Game Design"이 "짜잔!"하며 번역 출간되었고, 비교적 조용히 "Rules of Play"가 "게임 디자인 원론 1"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게임 디자이너라면 읽기를 강력히 권장하는 책들이지만 혹시 망설이는 분이 있을까 하여 간단히 소개해봅니다.

The Art of Game Design

이 책에 나오는 원리들은 디자인에 지침이 돼주고, 더 나은 디자인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쓸모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겠지만,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유일한 길은 직접 연습해보는 것 뿐입니다. 좋은 게임 디자이너가 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지금 이 책을 덮으세요.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당신의 남은 전 생애에 걸쳐 하게 될 끝없는 공부, 연습, 되새김, 통합 과정의 시작입니다.

- 책 속에서

"The Art of Game Design"의 원서는 200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제시 셸은 카네기멜론 대학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죠. 또 그는 게임 스튜디오인 셸 게임즈의 창립자이면서,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프로 저글러, 작가, 코미디언, 마술사 조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채로운 경력을 거쳐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듯, 그는 무엇보다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책은 "게임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한국어판 부제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의 게임 디자인이 잘 집약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그간의 게임 디자인 이론과 게임 연구는 물론, 심리학, 인류학, 건축, 공학, 문학,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문헌을 광범위하게 참조하고 인용해 뜻이 통하도록 정리하고 설명합니다. 이런 방대함과 책 두께 때문에 짐짓 복잡하고 무거울 것 같지만, 저자는 독자와 대화하며 안내하듯 그 내용을 편안하게 풀어나갑니다. 서문만이 아니라 책 전체를 경어체로 번역하는 걸 고려해봤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요. (전문서인데!)

책은 챕터마다 게임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태초에 디자이너가 있고, 디자이너는 경험을 만들며, 경험은 게임에서 발원하고, 게임은 요소로 구성된다...식으로 저자는 게임 디자인의 마인드맵을 하나씩 그려나갑니다. 셸은 이 책이 그린 마인드맵을 시작점으로 독자가 마음 속으로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 나가길 권합니다.

또 책 곳곳에 디자인을 할 때 생각해볼법한 관점들을 정리한 게임 디자인 "렌즈"를 배치해 실제 디자인 과정에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렌즈를 카드로 만든 "Deck of Lenses"도 있는데, 한국에 출시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어판은 역자가 "게임 아키텍처 앤 디자인" 등 다수의 게임 개발 서적을 번역한 분들이라 번역이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다만 문체를 좀 더 부드럽게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음......무슨 이야기가 더 필요할까요? 여느 게임 디자인 서적보다 광범위하고 실용적이면서 재미있는 책입니다.

게임 디자인 원론 1

"게임 디자인 원론 1"의 원서인 "Rules of Play"는 2003년 출간되었고, 그 동안 게임 디자인과 게임 연구의 논의에서 많이 인용되어 온 준 고전입니다. 책은 교육자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케이티 살렌과 게임 디자이너 에릭 짐머만이 함께 썼습니다. 케이티 살렌은 게임으로 가르치는 학교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의 운영진이고, 에릭 짐머만은 "다이너 대시" 등의 게임을 만든 게임랩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두 쪽 모두에 깊이 관련된 이승택님이 이 책의 한국어판 감수를 맡은 게 우연은 아니네요 :)

책은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보다는 게임과 게임 디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정리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나 수익, 팀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다룬 "The Art of Game Design"과는 달리 게임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죠. 다른 게임 디자인 서적에 비해 읽기가 좀 빡빡할 수 있습니다.

원서가 688쪽인데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254쪽이라, 이후 "게임 디자인 원론 2", "게임 디자인 원론 3" 형식으로 나누어서 나올 예정인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책 소개의 목차에는 모든 단원이 표기되어 있네요.) 아직 저는 한국어판을 입수하지 못 한 상태라, 번역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속내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고, 연구를 시작하는데 방향을 잡고 싶은 게임 디자이너/개발자 분들이라면 추천할 수 있습니다.

두 저자는 2005년에 게임 논의의 주요 논점을 대표하는 글을 수록한 "The Game Design Reader"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저자의 글들이 논점에 따라 정리되어 해설과 함께 구성된 책이죠. 이후 이 책도 한국어판이 나오길 바라지만, 분량이 무려 954쪽인 데다 다양한 저자의 글이 모인만큼 판권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2010년 한여름에 한국 게임 디자이너들의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할 두 권의 좋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번역되지 못 한 좋은 책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임 디자인 이론서는 물론이고, 게임 개발과 문화, 비평, 연구에 있어 아직 번역되지 못 한 좋은 책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 디자이너들의 지식과 경험, 영감은 미처 정리되지 못 한 채 정처없이 흐르고만 있습니다. 좋은 책의 번역 만큼이나 국내에서도 눈을 확 뜨이게 해줄 좋은 게임 디자인 서적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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