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F CHINA 파이널리스트, 텀블벅 모집 24시간에 100% 달성을 한 인디게임팀 파이드파이퍼스를 만났습니다.
Gamemook 에서는 이번에 텀블벅에서 24시만에 목표금액 500만원을 달성하고 1000만원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인디게임팀 파이드파이퍼스의 아이린님과 아노아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파이드파이퍼스는 워낙 블로그에 정보가 많이 공개되어있어서 뭐 따로 인터뷰까지 하나 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심화한다는 느낌으로 (제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인터뷰는 11월 27일 화요일밤에 메신저로 진행되었으며, 이후가 인터뷰하고 밝은해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이후: 파이드 파이퍼스는 두 명의 멤버를 주축으로 하고 세 명의 객원 멤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린: 네, 일단 공동창립자로 저와 아노아씨 둘이서 팀의 주축을 맡고 있고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는 세 분의 작업자 분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노아: 객원 멤버 분들은 다른 회사를 다니거나 아이를 키우시면서 시간을 쪼개서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그 리스크 때문에 함께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나머지 세 분도 그런 경우인가요? 아니면 순수하게 작품을 보고 도와주시는 건가요?
아노아: 사실 객원 맴버 분들은 기존 회사에서 게임을 같이 만들었던 분들입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술자리를 갖곤 했는데요. 누군가 게임을 만들 때 품앗이처럼 서로 도와주곤 했어요. 저희도 비슷하게 도와달라고 이야길 드렸지요.
아이린: 처음 시작은 프로젝트보다는 사람을 보고 도와주셨던 거죠. 저보다는 아노아씨 쪽이긴 합니다만 (하하하;;;)
이후: 다른 분들도 인디게임을 만들고 계시나요?
아노아: 사슴농장과 넥스트 플로어 게임에 참여하신 분들도 서로 품앗이 하는 분들입니다. 저같은 프로그래머는 엔진 정도만 공유하고, 디자이너 분들이나 음악하시는 분들은 다른 게임에 도움이 필요할때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분들중엔 아이 엄마도 계시는데 육아와 병행하면서 도와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라고 이자리를 빌어 인사드리고 싶네요..
※첨부 : 사슴농장은 동인 게임 동방화귀전, 넥스트 플로어는 그 드래곤플라이트의 넥스트플로어입니다..
이후: 흥미롭게도 한쪽은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한쪽은 동인게임, 이쪽은 인디게임이네요.
아이린: 네, 그렇게 되었죠 (...)
이후: 두 분은 파이드 파이퍼스 이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아이린: 저는 1999년에 처음 게임 스타트업을 시작했었습니다만, 1년 반 정도만에 깔끔하게 망했었고요 (...)
이후: 99년이라니 굉장히 이른 시기가 아닙니까...그때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벤처였죠;
아이린: 네, 벤처 붐이 한참일 때였죠; 이후 대학과 군대를 거친 후에 중소기업에서 플래시 기반 웹게임과 소셜 게임 개발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리고 펜타비전에 이직해서 1년 정도 근무 후 파이드 파이퍼스에 합류(창업?)하게 되었고요. 남들 기억에 남을만한 프로젝트를 한 기억은 없네요 (먼산)
아노아: 저는 어린 시절부터 PC통신 활동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그때 지금 아이린씨도 만났구요. 대략 13-14년 된 것 같네요. 천리안 채소 소프트 프로그래밍 동호회 부시삽을 잠깐 했었고, 작은 베이직 소모임 의장 같은 걸 했었고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게임계에 투신해서 온라인 게임도 만들고 이것 저것 좀 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작은 여러 회사를 전전했구요. 파이드 파이퍼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펜타비전에 7년쯤 있으면서 디제이맥스나 디제이맥스나 디제이맥스 같은 걸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굉장히 길게 한 회사를 다니셨군요.
아노아: 펜타비전 초기 멤버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디제이맥스 온라인, 디제이맥스 포터블, 듀얼게이트 같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듀얼게이트는 인상 깊었죠.
아노아: 네, 듀얼게이트는 다들 인생을 걸고 만들었거든요(...) 지금 저희 도와주시는 분들, 넥스트플로어와 사슴농장 분들 다 듀얼게이트 함께 만든 멤버들입니다. 그 멤버들끼리 1년에 몇 번 보면서 품앗이해주고 합니다.
이후: 운명공동체로 맺어진 끈끈함이군요. 다른 동인 게임팀처럼 깨지거나 일 안 한다고 싸울 일이 있을 수가 없겠네요. 다들 프로기도 하고요.
아노아: >젊음을 함께 날린 끈끈함이죠. 듀얼게이트 하기 전부터 반 이상은 알던 사이였으니까요. 서로 싸울 일은 별로 없었어요. 다들 무엇이 좋은 방법인지 그것만 생각하는 성격이였거든요.
이후: 이번에 텀블벅을 통해 24시간 만에 목표 모금액 500만원을 달성하고 천만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몇 개의 게임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했던 것 같은데요.
아이린: 예전 동료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게 일단 기본 발판이 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SNS로 연결되어서 지인의 지인까지 참여하게 되었고요. 꽤 높은 금액을 밀어주신 분들이 많았던 덕분에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첫 48시간은 지인을 통한 고액 투자에서 지인의 지인 참여, 목표액 도달, 제3자들의 참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아노아: 다시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사실 해외의 펀딩을 보더라도 기존 팬덤이나 평소 알던 지인을 통해 먼저 붐을 일으키지 않으면 모금이 어렵다고 알고 있거든요. 제 결혼식에 축의금을 이것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왔는데, 절대로 축의금과 이 것은 별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y~~
이후: 굿펀딩도 있는데 텀블벅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아이린: 국내에 잘 알려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로 굿펀딩과 텀블벅이 있는데, 굿펀딩과 텀블벅의 서비스 이용층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굿펀딩은 아무래도 영화 26년의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인 사용자층이 있어서 영화와 사회문제에 특화되지 않았나 생각했고요. 텀블벅의 경우에는 인디 뮤직씬이나 웹툰 등 게임에 거부감이 없는 사용자층이 있다고 판단했었습니다. 이전에 펀딩을 시도하거나 성공(?)했던 프로젝트로 인해 게임에 관심이 있는 회원이 모여있다는 것도 감안했고요.
사실 이건 모금이 어려울 거라는 가정하에 했던 분석이라 지금은 잘못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여간 이런 이유로 텀블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크라우드펀딩 이전에도 전자책을 내면서 후원계좌를 열기도 했었죠. 그 성과는 어땠나요?
아이린: 일단 전자책 부분은 전자책 공개가 목적이었고 후원은 덤이라는 기분이었습니다. 얼마 모이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지금 페이지 보시면 후원 현황이 있는데 세 분이 전부입니다. 적극적으로 드라이브 안 한 탓도 있지만, 했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전자책 자체도 공개 시점 이후 다운로드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 (...) 지금 보니 ePub 버전이 212회 정도 다운로드되었군요.
아노아: 아시다시피 국내에 기부문화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어디까지나 국내 기부문화는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자는 정도의 인식이지, 저 사람들 하는 게 마음에 드니까 기부해주자 라는게 아니니까요. 사실 그래서 이번 텀블벅 펀딩도 쉽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목표도 500만원을 걸었고요. 3개월은 해야 모이겠지 싶어서 기간은 3개월로 했었습니다.
이후: 혹시 다음 게임에도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할 계획인가요? 아니면 킥스타터라든가...
아이린: 개인적으로는 다음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빨리 졸업하는 게 성장했다는 이야기지 않을까 싶고요. 해외 진출은...모르겠어요. 더 힘들면 힘들었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해외 사용자 대상은 지금도 계속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만, 리워드 같은 것, 특히 배송문제가 많이 걸리더군요.
이후: 게임의 개발기간이 상당히 긴 편인데요. 게다가 전업 인디 개발자 아닙니까.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전업 인디 개발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아노아: 어쩌다보니 여기 온 것이지 사실 의도한 건 아닙니다. 사는 게 다 그렇지요. 초반에는 저희도 작은 게임을 위주로 진행하려고 했고 프로토타이핑도 많이 했습니다. 일단 빨리 게임을 내고 싶었거든요.
계속 하다보니 저희가 가장 잘 하는 건 방망이를 깎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부끄럽지만...작은 팀이어도 게임 개발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프로세스는 다 갖추고 있습니다. 기획서를 쓰고, 기획서 검토를 하고, 일을 쪼개고, 버그 리포트를 하고, 일일 빌드도 돌리고, 테스터들에게 게임을 돌리고, 설문지를 받아서 분석하지요. 저희가 가장 잘 하는 게 게임을 다듬어 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어느 순간부터 좀 길게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실 일일 빌드는 대형 회사도 잘 못하는 거라서 깜짝 놀랐네요. 보통 게임 빨리 만들겠다는 욕심에 그런 회고나 일일 빌드 같은 건 무시하고 넘어가는 팀도 많지 않습니까. 왠지 테스트도 빡세게 돌릴 것 같은 분위기인데...
아노아 : 사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팀은 프로그래머 입장에선 많이 부족하죠.
아이린: 뭐, 그래도 러프하게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합니다. 막 채찍 들고 후려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하하하.
이후: 기획자 입장에서는 은근히 속도가 안나서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충돌이 없으신 것 같네요.
아이린: 지갑이 얇아지는 시기에는 가끔 먹먹해지긴 합니다만 (...) 다듬는 데 들이는 시간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 필요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노아: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고 들어가야 실제로 속도가 더 나거든요.
이후: 혹시 TDD로 테스트까지 만들어서 개발하시는 건가요?
아노아: TDD는 좀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 하고 있진 않습니다. 스크립트랑도 좀 섞여서 단순하게 적용하기 좀 복잡하거든요. 대신 아주 오래 전부터 하던 방식으로, 게임 내의 어떤 상황이든 바로 나오게 구성합니다. 예를 들자면, 바로 전투를 하고 싶으면 간단한 조작으로 바로 전투에 갈 수도 있구요. 어떤 특정한 상황도 코드 몇 줄로 바로바로 만들어낼 수 있죠. 게임의 특성상 전략적인 상황이 많은데요. A와 B가 동맹이고 C는 B랑 싸워야하는데, 그 상황에서 A와 C의 값 변화를 볼 수 있는 상황을 짧은 코드로 바로바로 나오도록 잡고 있습니다.
이후: 전업 인디 개발자인데,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나요.
아이린: 저 같은 경우야 그냥 운이 좋아서 가족들의 후원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얼마 안되는 퇴직금도 탈탈 털어 넣었죠.
아노아: 저는 최대한 안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린: 사랑하는 아내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을 강조해주세요.
아노아 : 저건 진지하니까 궁서체로 해주세요.
이후: 블로그를 보면 외부평가단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아까 말한 전 직장 동료들로 이루어진 품앗이 조직이란 느낌도 듭니다.
아노아: 네, 지인들입니다. 두 사람의 지인들 중 게임을 좋아하거나 이런 게임에 흥미가 있다 싶은 사람들을 뽑았습니다. 테스트가 계속되면서 지루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점점 한 둘씩 늘리고 있습니다.
이후: 이번에 텀블벅을 통해 모집된 사람들도 포함될 계획이죠?
아이린: 네, 하지만 아직 세부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후: 프로토타이핑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있는 팀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이렇게 프로토타이핑을 하면서 얻은 장점에는 어떤 게 있나요?
아이린: 일단 검증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머리 속에서 아무리 상상해서 굴려봐야 진짜 재미있는지는 모른다는 게 진리인 것 같아요.
아노아: 사실 프로토타입 때는 그래픽 같은 걸 거의 안 붙이니까 작업 자체가 빠르거든요. 그래서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구리잖아!” 같은 말이 제대로 만들 때는 1-2주나 되야 나온다면 프로토타이핑으로는 하루도 안 되어서 뱉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들인 공도 크지 않으니 쿨하게 버릴 수 있습니다.
이후: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팀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아노아: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머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짜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기획자나 다른 파트가 완벽게 해오기 전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프로토타이핑도 귀찮아 하거든요. 근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일단 만들어서 보여줘야 압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기획서나 그래픽 등 돈 드는 큰 작업을 하기 전에 간단한 프로토타입으로 보여주자는 거지요.
프로그래머는 벼슬이 아닙니다. 서비스업이에요. 그런 마음을 가진 프로그래머라면 프로토타이핑을 거절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후: 역으로 프로토타입으로 검증하길 두려워하는 기획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린: 그건 반대로 완벽한 기획을 쓰겠다는 무모한 기획자들일 것 같습니다. 그런 건 포기하면 편해요(...)
대신 기획자 입장에서 피해야 할 프로토타이핑의 함정도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재미가 없을 때 룰을 개선하지 않고 그래픽을 붙이면 나아질 거라는 환상을 버려야 해요. 그리고 실제와 다른 방식으로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경우, 저희는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으로 느꼈습니다만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해서 보면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카드 게임 형태로 구성했던 원안은 자동 전투 처리를 사람이 일일히 계산해야 했습니다만, 그걸 직접 컴퓨터 위에 올렸을 때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 그리고 프로토타입의 개밥 먹기는 끝까지 해야 돼요. 어중간하게 넘어가다 실제 구현 중에 예상치 못한 룰의 충돌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네요.
이후: 게임의 소재를 십자군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아노아: 제가 김태권님의 십자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
이후: 안 그래도 김태권님의 십자군 이야기와 크로스 프로모션 그런 거 안 하시나 물어보려고 했네요.
아이린: 저희는 하고 싶어요 ㅠㅠ
아노아: 김태권님의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을 만들어보고도 싶지만 이쪽도 일단 돈을 벌어야겠지요?
아이린: 십자군이란 소재를 고른 건, 해외 판매를 생각했을 때 그쪽에 독특한 걸 하느냐, 익숙한 걸 하느냐는 문제도 있었고요.
이후: 이번에 IGF 차이나 결선에 올랐었는데요. 아쉽게도 상은 놓쳤었죠. 왠지 IGF 수상작들을 보면 비슷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요.
아이린 : 아무래도 베스트 게임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세부 분야 상들이야 어짜피 그 분야에 특출한 팀이 가져가는거니 예측도 어느정도 쉽기도 하고요. 저희 같은 코어하고 다른 인디게임들에 비해 폴리싱이 어느정도 되어 있는 게임은 파이널리스트까진 들긴 하지만 수상권에는 쉽게 못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FTL 같은 게임의 경우에도 작년 차이나 파이널리스트였지만 무관이었죠.
이후 : GDC 차이나 분위기는 어땠나요?
아이린: 아쉽게도 이번에 부스에 계속 붙박혀 있는 바람에 GDC 근처에 못 가봤다는 게 한이네요 ㅠㅠ
아노아: 저도 부스만 지켜서 사실은 잘 모르겠...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KGC보다 훨씬 많아요. 상해는 확실히 국제도시라는 느낌입니다.
아이린: 주로 중국 지사 파견직원으로 보이시는 분들과 강연자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시더군요.
이후: 파이드 파이퍼스와 다른 스타트업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많은 스타트업도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회사에서 나와 게임을 만들고 있지 않나요.
아이린: 비즈니스와 지르는 것의 비중을 3대7로 두고 있다고 할까요? 돈 버는 걸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성공 전략’ 같은 걸 만들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빼고 스타트업을 생각할 때 보통 결국 대박으로 귀결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투자를 통한 대박이든 판매를 통한 대박이든요. 저희는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 돈을 벌면 됩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는 어느 정도 파는 부분도 신경 쓰자는 입장입니다.
이후: 파이드 파이퍼스는 블로그나 강연 등을 통해서 개발 정보를 상당히 많이 공개하는데요. 이게 어떤 전략이 있는 건지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아이린: 반반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게 맞는데요.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자는 목표도 약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 내용이 실질적인 게임 개발에 대한 내용들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지인들 대부분 개발자다보니 유입되는 층도 자연스럽게 개발자로 형성되었고요. 다들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보고 가시는 쪽을 선호하시더라는 (머엉)
아노아: 그리고 제 경우에는 게임은 이렇게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야 좋습니다 그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이야기하는 거죠. 반론하시고 싶으면 댓글이나 트위터로 말씀하시지 않겠어요.
이후: 근데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빈도나 양을 생각해보면, 게임은 언제 만드나요 (...)
아이린: 사실 글은 대부분 제가 씁니다. 대부분 프로그래머에게 일을 잔뜩 던져 놓고 결과물 기다리는 동안에 쓰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1주일에 1개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평균을 내면 그거보다는 더 적을 것 같네요. 가끔 부스트 받으면 일주일에 두 개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그건 글이 짧을 때 그렇고요.
이후: 다른 인디 게임팀이나 인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아노아: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별다르다는 인식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디 활동을 하겠다는 분들 중에 일반 회사 경험 없이 하겠다는 분들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제가 어릴 때 PC통신에서 봐왔던 사람들은 아마추어 활동을 하다가 회사를 세우거나 기존 회사에 가서 바로 메인급으로 게임을 만드셨죠. 사실 그때 그 사람들 실력이 월등하기보다는 산업 태동기에 지식이 별로 축적되어있지 않던 시기라 가능하던 일이에요.
이제 게임 산업이 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하나의 훌륭한 산업이 되었다 생각하는데요. 개인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몸으로 부딪혀서 1년 동안 배우는 것보다 회사에서 1달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인디에서 개발하는 것도 사실 회사 어디에서 개발하는 것과 방식과 능력에서는 차이가 없어요. 다만 지향점이 좀 다르면 모를까요.
그러니까 인디하고 싶다, 인디란 어떤 거다 같은 건 게임에 대한 철학 문제니까, 개발 기술은 회사에서 익힌 후에 하는 게 실수도 줄이고 더 좋을 것 같단 이야기입니다.
아이린: 음, 인디 바닥에 들어오려는 분들에게는 역시 “오지마! 여긴 지옥이야!”라고...농담입니다. 제대로 이야기할게요;
아까 저희 팀이 비즈니스를 3 정도로 둔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자영업을 한다 했을 때 먹고 살 방법 정도는 미리 준비하는 게 장기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서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들어왔으면 살아남으세요.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신경을 아예 끄진 마시고요.
물론 저희 팀이 썩 잘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
이후: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아이린: 수고하셨습니다.
아노아: 수고하셨다능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