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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0년 추석을 보내며 게임개발자분들에게 보내는 글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쇠셨는지요.

 게임묵의 관리자겸 편집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후입니다. 

 추석 전까지 게임업계에선 수많은 이슈가 있었습니다.  모호한 게임법의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게임위부터 KGC 에서 다뤄진 다양한 자료까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이슈가 많았습니다. 

 스팀 유저들은 스팀 유저대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 대로 각자들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일단 게임묵의 타겟독자는 게임개발자들이고, 게임 개발자들은 그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기 보다는 관망하고 있는 편에 가깝습니다. 추석동안은 잠깐 바쁜 업무로부터 해방되어서 가족들과 함께 혹은 각자 나름대로 휴식시간을 가지셨을테고 아마 월요일부터는 다시 바쁜 업무로 복귀들을 하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리고 1주일동안의 공백과 함께 기다린 업무들로 다시 바쁘게 자신들의 일을 하시게 되겠죠. 그런 면에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다 잊혀질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게임묵은 이 글을 보고 계시는 게임 개발자분들에게 부탁드려봅니다. 당장 움직이지 못하시더라도 일단 이 일들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세요. 

 한국에서 게임개발이 시작된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게임업계의 주된 결정들에 실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의 의견이 외부로 표출되거나 결정에 반영된 적은 거의 없었죠. 

 지금까지는 그런 의견을 말하기는 좀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라면만 먹고 개발을 하지 않고, 밤새고 몸을 축내지 않으며 개발을 하지 않을수 있을까에 대해서 활발하게 이야기해왔고 어느정도 성과를 보였던것 같습니다. 운도 따라줬겠지만 게임컨텐츠는 다른 문화컨텐츠에 비해 어느정도 먹고 살고, 유지할수 있는 작업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넘어오시는 분들도 많이들 계시죠. 

 대신 우리는 다른 문화컨텐츠에 비해 자유롭게 컨텐츠를 생산하기엔 힘든 환경이 되었습니다. 충분한 여유가 없으면 게임을 만들기 힘들게 되었죠. 

 아마 다음주부턴 모두 다시 바쁘게 일하실겁니다. 사실 아직은 개발외에 주제까지 신경을 쓴다는건 사치일지도 모르죠. 그래도 지금 이걸 신경쓰지 않는다면 점점 일하기 힘들어지고 우리가 목소리를 낼 기회는 줄어들겁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적어지고 계속 강해지는 해외의 개발자들과 경쟁하기는 힘들어질겁니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어요. 우리는 유저들처럼 쉽게 '왜 우리가 돈주고 산 게임들을 못하게 하느냐' 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할수 없습니다. 현재 심의 체계가 이렇게 된건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는 걸 말이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복마전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왜 대기업들이 그렇게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지도 머리로는 이해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업계에 발을 담구고 있고. 밖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안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진 말아주세요. 그래도 서명하나, 카페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몰라서 움직일수 있는 부분도 있고. 상황이 호전되든 악화되든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어떻게든 변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습니다. 상황을 악화시켜서 고름을 터뜨리던지, 아니면 천천히 낫게 할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켜보고만 있다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어요. 

 당장 움직일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안나올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김성식 의원님의 관련법안상정부터 게등위 부당심의 반대 네이버 카페의 움직임까지 이슈들이 많습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목소리를 내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봅시다. 서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게임묵은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심의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심의의 권한을 누군가 가지고 휘두룰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 게임이 나쁜지 좋은지 판단할 기회조차 뺏어버리는 강제 사전검열이 될 수 있는 현행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심의체계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심의비용과 높은 허들을 가지고 있는 심의를 받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모든 인디게임개발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게임법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게 어쩔수 없다. 니들이 손해봐라 라는 의견에도 찬성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게임묵의 1차적인 목표는 현행 게임 심의 체계를 바꾸기 위한 논의와 정보전달을 계속함으로써 현행 심의체계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게임묵에서 활동하는 필자분들의 의견이 모두 이렇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게임묵 편집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견도 환영하겠습니다. 현행 게임물 등급 위원회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납득할만한 논거가 있으면 환영하겠습니다. 그 이유들이 모이고 서로의 합의를 이끌어낼수 있다면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면서도 우리는 다양하고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는 다양한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