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케이드 소식을 전할 때 잠깐 소개했던 다큐멘터리 게임 "고양이와 쿠데타"(The Cat and the Coup)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란의 첫 민주 총리였지만 1953년 CIA가 사주한 쿠데타로 실각한 모하메드 모사데크의 비극적 삶을 다룬 게임으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윈도용과 맥용을, 스팀에서 윈도용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습니다. 플레이어는 죽은 모사데크의 고양이가 되어 모사데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안내합니다(괴롭힙니다). 게임은 플랫포머처럼 보이지만 고전 어드벤처 게임처럼 방마다 게임을 계속 진행할 방법을 찾아가는 식입니다. 진행방법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고양이와 쿠데타"는 어떤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보편적인 게임 같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조작감도 그리 매끄럽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고양이와 쿠데타"에서 게임플레이란 진행의 수단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마치 커다란 캔버스의 구석구석을 더듬어가듯 모사데크가 겪은 사건들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장면들을 목격하는 구성입니다. 그야말로 몽타주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이런 구성은 게임이라고 메커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 보여주는 듯합니다.

더구나 이란에 대해선 뉴스에 오르내리는 "악의 축" 이미지가 익숙한 현대에, 모사데크의 비극적 기억들로 합성된 커다란 몽타주를 더듬는 것은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구성이나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외교 기밀문건을 공개한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연일 국내외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과 각국 정부가 위키리크스를 압박하면서, 언론자유와 알권리를 주창하며 위키리크스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몇몇 해외 인디게임 개발자들도 위키리크스와 관련해 게임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성폭행 혐의로 런던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던 지난주, 네덜란드 인디게임 개발자 세바스티안 무이스는 어산지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플래시 게임 "위키리크스: 더 게임"(Wikileaks: The Game)을 공개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대통령 집무실로 잠입한 어산지를 조작해 오바마가 잠을 자는 동안 그의 노트북에서 USB로 30만 건의 기밀 파일을 빼내야 합니다. 짧은 게임이지만 오바마가 잠을 깊게 자지 않는 편이라 약간 까다롭습니다. 게임에서 실패할 경우 "투명성과 법의 지배가 이번 행정부의 시금석"이라는 오바마의 육성이 나오는데요. 이는 그가 취임 첫날 공직윤리와 공개성을 강조하며 꺼낸 발언이었습니다.

개발자 무이스가 말하길 "농담처럼 만든" 이 게임을 공개된지 며칠만에 수백만 명이 플레이했다고 하네요. 게임 미디어는 물론 ABC뉴스 인터넷판과 월스트리트저널 블로그 등 메이저 언론에서도 게임을 다루었습니다.

"위키리크스: 더 게임". 한 컷의 풍자만화 같은 게임.

한편, 그리스에 살며 Gnome's Lair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gnome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기밀문건 중 흥미가 가는 것을 골라 게임으로 만들자는 공개 제안을 했습니다. "위키리크스 스토리즈"(WikiLeaks Stories)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제안에 몇몇 인디 개발자가 관심을 보였고, 코타쿠게임셋와치 등 여러 게임 관련 미디어에서도 이 소식을 다루었습니다.

제안자인 gnome은 다른 프로젝트를 제쳐두고 텍스트 어드벤처 저작도구인 Inform 7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인디 개발자인 요나스 키라체스는 제안에 참가의사를 밝히며 "게임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자"며 참여를 격려했습니다.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이자 한국 아마추어 게임 심의 논란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던 TIG 포럼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와 아이디어 교환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다수 만들어온 몰레인더스트리아(관련글: 정치적 매체로서의 비디오게임)도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인다네요.

여기서 실제로 얼마나 게임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수단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움직임은 충분히 주목할만한 모습입니다.

현재 위키리크스는 http://wikileaks.ch와 IP주소(http://213.251.145.96/)를 통해 접속할 수 있습니다. wikileaks.org 도메인이 차단되었을 때 수많은 미러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VVVVVV"를 개발한 인디 개발자 테리 카바나도 자신의 도메인으로 미러 링크를 만든 바 있습니다. 전체 미러 목록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카바나의 것은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그리고 주한미국대사관과 관련된 외교 전문은 이곳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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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게임을 만드는 이탈리아 인디 게임팀 몰레인더스트리아가 짧은 플래시 게임 "메모리 리로디드: 더 다운폴"(Memory Reloaded: the downfall)을 공개했습니다. 팀이 과거에 이탈리아어로 내놓았던 동명의 게임을 영어로, 현 시대에 맞추어 리메이크한 것이죠.

그냥 보면 단순한 카드 짝 맞추기 게임입니다. 16개의 뒤집힌 카드를 하나씩 뒤집어 똑같은 그림을 맞추면 됩니다. 카드 앞면에는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 "유니버설 헬스 케어", "국제적 양극화" 등 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느 카드 짝 맞추기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면서 어떤 카드에 어떤 그림(사건)이 새겨져 있는지 기억해야 하죠.

하지만, 계속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역사는 당신이 기억했던 것과 달라지게 됩니다...

가령, "유니버설 헬스 케어"(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의 수혜자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가 새겨져 있던 카드 중 하나가 어느새 "사회주의 건강보험"이 되어버려 짝이 맞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나머지 하나의 카드조차 "사회주의 건강보험"이 되어버리죠. 아시다피시, "사회주의 건강보험"은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공화당과 의료 기득권 세력이 오바마의 정책을 사회주의 국가에 빗대어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한 어휘입니다.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여느 다른 정치적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 역시 "역사적 수정주의"라는 정치적 이슈를 단순하고 친숙한 게임 방식으로 명쾌하게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이에, 또 모르는 사이에 정치인과 언론의 조작과 왜곡이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를, 나아가 역사에 대한 기억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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