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Game Design"의 저자 제시 셸 교수가 게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미나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7월 27일 롱 나우 재단이 주최하는 "장기적 사고"(Long-Term Thinking)를 주제로 하는 월례 세미나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롱 나우 재단(Long Now Foundation)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앞으로의 10,000년을 바라보며 느리지만 더 나은 문화 사고를 촉진하려는 문화 재단입니다. 지난 2006년에는 "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도 전자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죠.

셸의 강연은 "게임포칼립스의 비전"(Visions of the Gamepocalypse)이란 제목으로, 2010년 DICE 서밋에서 가졌던 강연 내용을 확장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DICE에서 일명 "상자 밖 디자인하기"(Design Outside the Box)란 강연으로 Wii와 "기타히어로", 소셜게임과 같은 경향은 게임이 현실로 침투하는 경향이라면서, 미래에 우리는 현실을 게임처럼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와이파이가 연결된 칫솔로 이를 잘 닦을 수록 포인트를 추가해준다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자체에서 포인트를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현실이 게임처럼 명확한 피드백과 동기부여의 시스템으로 "디자인된다"는 것이죠. 그의 강연은 찬사부터 혐오까지 극단의 반응을 일으켰고, 논의를 확산시켰습니다.

긍정하는 쪽은 이런 시스템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고, 부정하는 쪽은 비인간화와 상업화의 부작용을 예로 들었죠. 또 게임이란 매체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미래의 삶은 사회설계사 같은 직함을 단 게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게임이 될까요? 그렇다면 우린 즐거울까요? 그걸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셸의 이번 롱 나우 재단 강연은 거의 2시간으로, 30분이 안 되었던 DICE 강연의 4배 가량입니다. 이 시간 동안 그는 DICE에서 말했던 주장의 뒷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왜 그런 미래를 예상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징후를 제시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갖습니다. 강연영상 밑의 탭을 보면 내용을 타이핑한 트랜스크립트(transctipt)도 자막처럼 볼 수 있으니 비교적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다운로드 탭에는 강연 오디오와 영상, 트랜스크립트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서 번역할지...또 모르죠.

시간표는 아직이지만 일단 강연리스트는 나왔군요!


시간표는 http://kgconf.com 을 바로 참조해주세요. 

올해도 가능하면 추천 세션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덧.

이제 시간표도 나왔습니다. 슬슬 계획을 짜야할 시간이군요.

사전등록 마감은 9월 8일까지라고 합니다. 경험상 미뤄질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지난 13일, 스웨덴의 인디 게임 디자이너 cactus(본명 요나탄 쇠데르스트룀)가 자신이 만든 게임 18개를 묶은 "캑터스 아케이드 2.0"(Cactus Arcade 2.0)을 공개했습니다. PC용이고, 프리웨어입니다.

이 묶음에는 그간 기부자에게만 전달되었던 게임 Gamma 4와 Norrland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게임은 별도로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게 했네요.

(게임 실행이 안 될 때: 경로명에 한글이 들어가 있을 경우 메뉴에서 게임을 선택하면 버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게임선택 메뉴를 거치지 말고 다운로드 받은 게임 폴더의 games 폴더에서 개별적으로 게임을 실행하면 됩니다.)

cactus의 게임은 하나같이 어렵거나 불친절합니다. 대부분 키 조작 외에는 거의 가르쳐주는 게 없어서 게임방법은 플레이어의 본능으로 자각하거나 시행착오로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지난 GDC(게임 개발자 회의)에선 "재미를 위해 플레이어 학대하기"(Abusing Your Players Just For Fun)란 제목의 강연을 한 사람이 cactus입니다. 그는 강연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느낄까, 편안해할까를 신경쓰다 보면 디자이너로서의 비전에 타협하게 된다"며 "순수하고 독자적이며 여과되지 않은 자기 표현으로서의 게임"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게임을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cactus의 게임은 대부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안에 만든 것이고, 대개 어떤 하나의 아이디어나 관점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에 가깝습니다. 불편하고 때로 불완전한 면도 있지만, 그 단순하고 기괴한 게임에서 뭔가 얻어갈 것, 생각해볼만한 것은 하나씩 있을 겁니다.

저는 cactus의 게임을 하면 디씨인사이드 같은 곳에 올라오는 만화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만화는 어설퍼 보여도 메이저에서 놓치고 있는 뭔가 중요한 것을 담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cactus가 인디 개발자로서 마음껏 게임을 만들고, 제가 그것을 해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합니다. 그는 상업용 메이저 게임, 심지어 다른 인디조차도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게임을 만듭니다. 앞으로도 그가 자기 맘대로 게임을 만들면 좋겠네요 :)

이번 "캑터스 아케이드 2.0"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게임은 새로 공개된 Gamma 4와 Norrland, 그리고 Kryzta, Silent Chain, EVAC, Xoldiers, This is Infinity입니다. Gamma 4와 Xoldiers는 기괴한 분위기를, Kryzta와 Silent Chain은 독특한 게임 메커닉을, EVAC은 짧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된 레벨을 주목할 만 합니다. Norrland는 세 가지 특성을 모두 조금씩 담고 있네요. 그리고 This is Infinity는...아마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cactus에 게임에 더 관심이 생기신다면 2008년에도 "캑터스 아케이드"가 나온 바 있으니 참고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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