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게등위)가 RPG 쯔꾸르 커뮤니티 니오티에게 사이트에 공개한 모든 게임에 심의를 받으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칼리토님의 블로그 포스트와 트위터를 기폭제로 각종 블로그, 게시판, 카페 곳곳에서분노한 게이머와 개발자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한국 인디 개발자들은 이에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트위터를 통해 다분히 감정적인 글을 내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몇 분들이 답글을 주어 저와 다른 생각을 말씀해주셨고, 그 대부분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침착하게, 제가 아는 선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과 견해를 말해볼까 합니다.

정말 아마추어/인디 게임을 심의하려는 것인가

먼저, 니오티가 포인트와 광고 등을 이용해 수익 모델을 추구하려 해서 게임위가 나선 것 아니냐는 트위터 의견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니오티 사이트는 포인트 제도로 운영되고 있고, 다른 유명한 RPG 메이커/아마추어 게임 개발 커뮤니티 쪽에서 공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몇몇 매체에 실린 게임위 측의 답변과 오늘 게임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답변을 보면, 게임위는 영리든 비영리든 모든 인디와 아마추어 게임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하는 게 원칙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위의 조직과 활동 근거가 되는 게임산업진흥법은 2006년 시행 이후부터 몇 차례 개정되면서도 "게임을 이용에 제공하려면 심의를 받아야 한다"(제21조1항)는 애매한 조항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인가?

하지만 2006년부터 가지고 있던 그 "원칙"을 왜 지금에서야 엄격하게 적용하려 하느냐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인디 게임은 예전부터 포트폴리오를 위한 아마추어 게임이든, 동인 게임이든, RPG 쯔꾸르를 이용한 것이든 10년 이상 존재해온 문화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규제에 나선 밸브의 스팀 역시 몇년째 한글로 된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위가 그 동안 사후관리를 하면서 뉴스라도 챙겨봤다면 아마추어 게임이나 스팀 서비스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때문에 이제 와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은 어떤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인벤 측이 보도한 게임위 정책지원장과의 간단한 질답을 보면 "내용수정제도와 온라인게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중이라 스팀서비스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라며 최근 게임위 방침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지난 8월 게임위 사무국장 인터뷰에서의 사후관리 강화 선언에서도 나타난 바 있습니다. 

게임위가 운영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국회 문방위는 2011년 이후부터는 게임위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고, 이에 따라 문화부와 게임위는 심의 수수료 인상을 추진해왔습니다. 마침 오늘 지디넷에는 이런 주장을 부인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인디게임은 오픈마켓 기준이 적용되어 수수료가 저가이고 심의 건수도 적기 때문에 그런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다이야기라는 원죄"

하지만 시기가 어떻고, 그 의도가 어떻든, 게임위가 공식 답변으로 말하듯 게임위의 이런 행동에는 모두 법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게임위 설립의 계기가 된 바다이야기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친조카의 연루 의혹까지 일었던 대형 스캔들이었습니다. 당시 국민은 피곤한 정파싸움에 지쳐했고, 업계는 후폭풍으로 다가올 편견과 규제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게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업계의 의향은 배제된 체 국회는 여야 합의 하에 지금의 게임법을 만들었습니다. 법은 게임의 다양성이나 표현매체로서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멍은 애매한 조항으로 죄다 틀어막을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3월 29일,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은 게임산업 간담회 자리에서 "게임산업이 '바다이야기'라는 원죄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를 통해 여러 분이 말씀해주신 것이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의 규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디/아마추어 게임이 부수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올해 초, 게임읽기 블로그를 통해 "비경품성인용게임사업자가 게임위 심의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위헌소송을 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쪽 업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창작욕도 아닐텐데 무슨 욕구가 있길래 저 정도까지 하나 섬찟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표현의 자유를 주창해야 할 쪽은 작은 움직임조차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아예 게임업계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주창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게임평론가 박상우님 역시 업계가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게임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적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상우님은 "게임을 진짜 좋아한다면 그 속에 기어들어온 병적요소를 걷어내야지 외부에서 병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비웃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자유로운 표현의 권리를 얻기 위해 사회적 의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해서 "아케이드 산업을 파멸로 이끈 자들"이 게임계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언급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는 반감이 있습니다. 마치 모든 게임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같은 데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를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갑작스레 자율심의로 넘어간다면 저렇게 위헌 소송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행성 게임업자들이 뭘 하려고 할지 상상이 안 갑니다. 완전한 사전심의 철폐까지는 갈 길이 멀고 챙겨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그나마 올해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법 개정안이 "제작주체와 유통과정의 특성에 따라" 사전 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게임물을 문화부가 정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화부가 2008년부터 플래시 게임 등을 위해 준비하던 것이 올해 앱스토어를 비롯한 오픈마켓의 출현에 따라 탄력을 받고 상정된 것이죠. 많이 늦었고, 사전심의 완전철폐라는 목표와는 한참 멀지만 최소한 아마추어/인디 게임 개발자에게 길을 터줄 가능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상정된 이 법안은 9시 뉴스 출연하기 바쁘신 국회의원 분들이 도저히 통과시켜줄 기미를 안 보입니다, 네.

결론

일단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게임위는 궁극적인 투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게임위의 행동에는 법적 근거가 있고 온전히 법의 목적과 자기보전을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지금과 같은 사건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규제책을 만든 국회의원과 정책결정자들이고, 그들은 여전히 게임법 개정안도 통과시키지 못 하고 질질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게임산업의 주체는 업체와 개발자들입니다. 저는 업계가 사실상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방관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컴퓨터 게임산업의 역사는 20년이 넘고,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한 부흥의 역사도 10년이 넘어갑니다. 그 동안 업계는 표현의 자유가 지닌 무거운 책임, 그 악용의 가능성을 짊어질 만한 토대를 만들지 못 했습니다. 그것이 결국 스스로 표현할 자유를 정책결정자들과 사행성 게임업자들의 기싸움에 맡겨놓는 꼴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요.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게등위)가 RPG 쯔꾸르 커뮤니티 니오티에 미심의 게임을 심의 받을 것을 요청한 이후 이에 반발하는 인디,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인디 게임 씬을 넓게 본다면, 피그민과 게임에이드, 동인게임 씬, 혼돈과 어둠, 창조도시, 그리고 그 외 다수의 RPG 쯔꾸르/게임 메이커 커뮤니티를 포함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 먼저 인디게임 에이전시를 운영중인 인디게임 웹진 피그민은 가장 의욕적으로 관련된 정보와 대책을 담은 일곱 개의 포스트를 썼습니다. 특히 다른 인디 개발자들에게 "이 게임은 게임위의 심의를 받지 않아 할 수 없다"는 게임을 만들자는 항의 퍼포먼스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피그민 에이전시 소속팀인 터틀크림과 악쇼크 스튜디오도 게임위의 정책을 규탄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게임위의 정책을 비판한 시리어스 게임 "Game Rating Board Tycoon"을 제작한 Irene님도 "우리는 범법자다"라는 장문의 포스트로 게임위의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게임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며, 게임위가 모든 게임을 심의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그동안 게임 콘테스트를 주최하며 인디 게임 제작을 장려했던 혼돈과 어둠의 운영자 똥똥배님도 만화를 올려 이번 사건을 조소하고, 앞으로 무언가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또 아마추어 게임 커뮤니티 창조도시의 운영자 중 한명인 Vermond님도 다음 아고라에 청원 서명을 열고, 이 사건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외국 인디 개발자들에게도 이 소식이 알려져 한국 개발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인 pequt님이 레딧에 이번 사건을 알리는 글을 올린 것이 씨가 되어, 영향력 있는 인디게임 커뮤니티인 TIG Source 포럼에 관련된 쓰레드가 열렸습니다. 소식을 접한 외국 인디 개발자들은 한국 인디 씬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피그민의 광님에게 메일을 보내 한국의 인디 개발자들과 함께 연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게임위는 현행법상 영리든 비영리든 모든 게임은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입니다. 왜 게진법 제정과 게임위 설립 4년이 지난 이제와서 갑작스럽게 강경책으로 나서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의 사후관리 강화 선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법 개정안에 심의에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사건의 시발점이 된 니오티 측은 어제부로 게임 다운로드 게시판을 폐쇄했습니다.

추가: TIG Source 블로그에도 이 사건을 다룬 포스트가 올라왔습니다.

한국 인디게임팀 '팀 아렉스'의 게임 "Groping in the Dark"가 인디케이드 본선 32개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팀 아렉스는 "런 도로시" 같은 유쾌한 액션 게임과 "수사기록 Pilot" 같은 분위기 있는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나름 역사 있는 인디게임 팀인데요. 이번에 본선에 진출한 "Groping in the Dark"는 한국어 텍스트를 조작해 스토리에 선택을 내리는 어드벤처 게임으로, 앞서 "Groping Blindly"라는 이름으로 2010년 IGF 학생부문에도 출품된 바 있습니다. (당시 저는 "상호작용이 너무 수동적이고, 의미 있게 엮지 못 했다"이라고 단평을 했었죠 -_-;;)

인디케이드 본선 시상식은 오는 10월 8일 미국 LA군 쿨버 시티에서 열립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아마추어 게임 개발 커뮤니티와 밸브의 스팀 서비스의 미심의 게임물 제공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먼저 지난 9월 1일, RPG 쯔꾸르 (RPG 만들기) 게임 제작 커뮤니티인 니오티에는 등급분류 미필 게임물 제공에 대한 시정요청 공문을 받았다는 공지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따라 니오티 측에서는 심의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게임 공유 게시판을 닫고 모든 게임제작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위의 심의수수료 조견표를 보면(RPG 쯔꾸르로 만든 게임이 300MB 이하의 다운로드 게임이라고 칠 때), 게임 하나를 심의받는데 용량에 따라 기본가는 3만원, 4만원, 8만원입니다. 여기에 네트워크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1배수)이고, RPG(3배수)라고 한다면, 게임 하나당 적어도 9만원에서 최대 24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그저 취미로 게임을 만들어 공개하는 아마추어들이 내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입니다. 게다가 니오티의 경우에는 기존에 공개했던 모든 게임에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만만치 않겠죠.

뒤이어 2일자 디지털 타임스 뉴스에서는 게임위가 밸브의 스팀 서비스 미심의 게임 유통에 시정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기사는 스팀 서비스가 한글로 서비스되고 있고, 밸브 측도 한국을 별도의 상용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임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현재 밸브 측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 중인 상태라고 하며, 게임위는 밸브가 요청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적지 않은 한국 게이머가 이용 중이고, 구입한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차단할 생각인지, 밸브 측에선 어떻게 대응할지 뒷일이 주목됩니다.

이미 앞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은 모든 게임이 심의를 받기 어렵다며 한국 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차단한 바 있습니다. 현행법상 해법은 밸브가 스팀에서 유통되는 미심의 게임에 일괄적으로 심의를 신청하거나, 게임업체에 심의하도록 하는 것일텐데요. 어쩌면 게임업체가 심의한 게임만 선택적으로 유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밸브의 해법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많은 게이머가 알고 있고, 이미 관련 기사에서도 수 차례 언급된 바 있는 스팀 서비스를 왜 이제 와서야 차단하겠다는 건지 궁긍합니다. RPG 쯔꾸르 커뮤니티도 아마추어 게임계에서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게등위가 이것들을 알고도 모른 체 했던 건지, 아니면 그것도 모를 정도로 허술하게 사후감독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갑자기 이렇게 몰아서 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한편, 오픈마켓에 부분적으로 사전심의를 폐지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법사위 상정 실패 이후로도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국회의원 분들은 청문회다 뭐다 참 바쁘니까요....................

블로그묵 다른 블로그에선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이 포스트는 제휴사이트 디자인과 플레이와 함께 포스팅되었습니다.]

8월 한 달(08/01~08/31) 동안 인터넷에 올라온 게임관련 번역글을 모았습니다. 이번 달은 달마다 글을 모으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71건이 모였습니다. (그에 비해 디자인과 플레이는 단 한 건으로 매우 게을렀습니다만…)

제가 놓친 다른 좋은 번역글을 알고 계시면 댓글이나 이메일(perplexing.emotions@gmail.com)로 알려주세요 :)


☞ 그 동안 모아온 번역글 보기

 

디자인과 플레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달까지만 해도 네 달 전의 글을 올렸던 한콘진이 이번 달에 갑작스레 속도를 내며 23건의 번역글을 올리더니, 이제 거의 한두달 간격으로 따라잡았습니다.

FFXIV ZONE

FF14 팬사이트의 카게오님이 FF14와 관련된 일본 매체의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iblur

소셜 네트워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주시던 iblur님이 소셜 게임의 수익성을 다룬 일본 포스트를 번역했습니다.

HaraWish님

HaraWish님이 소셜 게임 업계의 동향을 다룬 Mshable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루리웹

루리웹 유저 정보 게시판에는 우주 대결(…)과 베데스다의 토드 하워드 인터뷰, 사장님이 묻는다 번역이 올라왔습니다.

게맛살님

이솔넷의 게맛살님이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흥배님

흥배님이 일본 매체의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스네이크님

스네이크님이 일본 게임워치의 기사를 번역했습니다.

계란소년

계란소년님이 F1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F1 라이센스 게임 제작자 인터뷰를 번역했습니다.

블리자드코리아

블리자드코리아에서 블리즈캐스트와 개발자 인터뷰를 올렸습니다 :)

김태현의 망상과 공상

게임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김태현님이 GamePro에 올라온 스타크래프트2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번역했습니다.

애플포럼 casaubon님

정말 꾸준히 애플과 IT 관련 글을 번역하는 casaubon님의 열정은 8월에도 멈추치 않았습니다.

정치적인 게임을 만드는 이탈리아 인디 게임팀 몰레인더스트리아가 짧은 플래시 게임 "메모리 리로디드: 더 다운폴"(Memory Reloaded: the downfall)을 공개했습니다. 팀이 과거에 이탈리아어로 내놓았던 동명의 게임을 영어로, 현 시대에 맞추어 리메이크한 것이죠.

그냥 보면 단순한 카드 짝 맞추기 게임입니다. 16개의 뒤집힌 카드를 하나씩 뒤집어 똑같은 그림을 맞추면 됩니다. 카드 앞면에는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 "유니버설 헬스 케어", "국제적 양극화" 등 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느 카드 짝 맞추기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면서 어떤 카드에 어떤 그림(사건)이 새겨져 있는지 기억해야 하죠.

하지만, 계속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역사는 당신이 기억했던 것과 달라지게 됩니다...

가령, "유니버설 헬스 케어"(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의 수혜자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가 새겨져 있던 카드 중 하나가 어느새 "사회주의 건강보험"이 되어버려 짝이 맞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나머지 하나의 카드조차 "사회주의 건강보험"이 되어버리죠. 아시다피시, "사회주의 건강보험"은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공화당과 의료 기득권 세력이 오바마의 정책을 사회주의 국가에 빗대어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한 어휘입니다.

몰레인더스트리아의 여느 다른 정치적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 역시 "역사적 수정주의"라는 정치적 이슈를 단순하고 친숙한 게임 방식으로 명쾌하게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이에, 또 모르는 사이에 정치인과 언론의 조작과 왜곡이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를, 나아가 역사에 대한 기억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함께 보기

TED 2010에서 강연을 하는 제인 맥고니걸 ©TED

게임묵에서 새로운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생산한 게임이나 관련 책, 뉴스, 강연이 있을 경우, 그 논의의 조각들을 모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번에 제가 번역한 적 있는 그랜드 쎄프트 오토 4의 비평모음이 실린 영어 블로그 Critical Distance의 편집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역사적인 첫 회, 첫 번째 소재는 제인 맥고니걸의 TED 강연 "게임을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입니다.

이는 올해 2월 11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TED 2010 컨퍼런스에서 대체 현실 게임[각주:1]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이 가진 강연입니다. 맥고니걸은 강연에서 게임의 특징인 직접적인 피드백과 의미부여, 게이머가 가진 낙관성과 자발성, 튼튼한 사회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자신이 만든 게임의 사례들을 보여줬습니다. 강연 영상은 TED.com에서 한글 자막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강연이 있었던 2월부터, TED.com에 영상이 올라온 3월, 한글 자막이 등록된 6월에서 지금까지의 추적했던 강연에 대한 (인터넷 상의) 의견들입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에 비해 의견의 양은 예상보다 더 적었지만, 그 중 의미 있는 관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국어로 제인 맥고니걸의 강연 내용을 다룬 것은 "사이언스타임즈"가 CNN 인터넷판에 소개된 것을 재차 소개한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CNN과 SciTechBlog가 맥고니걸의 강연 내용을 보도한 것을 소개하며, 강연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이후 3월에 TED.com에 영상이 올라왔고, 만화연구가 김낙호씨는 트위터를 통해 "게이머에 대한 지나친 낙관만 빼면 TED2010 최고의 강연 중 하나"라며 강연을 소개했습니다.

숙명여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공개 강의 호스팅 사이트 SNOW에는 일찍이 강연과 강연 스크립트의 번역이 올라와 있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서 강연에 대해 몇 개의 댓글이 남겨졌습니다. 먼저 첫 두 댓글을 남긴 신하영, 이보림씨는 비디오게임을 기존의 선입견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댓글을 쓴 이성화씨는 강연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이 있다"며 과도한 게임화가 가져올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첫 댓글을 남긴 사람과 다른 신하영씨는 맥고니걸이 말하는 게임은 소수라고 생각한다며, 상당수의 비디오 및 컴퓨터 온라인 게임은 폭력성과 잔인함이 너무 심해 실제생활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4월에는 스포츠조선의 권영한 기자가 "국내 게임업계, 불신에서 살아남을 길은?"이란 칼럼에서 강연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당시 "게임중독 부모 사건"과 그 파장에 따른 문화관광체육부의 과몰입 대책 발표, 강제 셧다운제를 포함한 여성가족부의 규제책 계획, 스타리그 승부조작 파문 등 잇따른 게임계 악재를 들어, "제인 맥고니걸의 논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게임회사에 "사회적 책임"과 "매혹적인 '게임 현실' 창조를 넘어선 이상적인 '현실 세계'의 구축에 대한 관심"을 요구했습니다.

데이비드 페리의 TED 강연 자막을 번역한 바 있던 저는 6월 초에 벼르고 있던 제인 맥고니걸의 강연 자막 번역을 신청했습니다. 3월에 TED.com에 올라오자마자 신청하려다 누군가에게 선수를 빼앗겼었는데, 그 분이 번역을 마치지 않아 제게 돌아오게 된 겁니다. 번역한 자막은 6월 말에 리뷰가 끝나 TED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ED.com의 댓글란에는 주로 영어로만 댓글이 올라오는데, 번역 자막이 등록된 후 유일하게 박현성이라는 분이 한국어로 강연에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맥고니걸의 강연을 "훌륭한 대화"라고 칭찬하고, 강연이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환상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며 논조에 동조했습니다.

맥고니걸의 주장은 트위터 세계에서도 작지 않은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Topsy의 집계에 따르면 제인 맥고니걸의 TED 강연은 현재 3000여개가 넘는 트윗(리트윗 포함)을 탔습니다. 물론 이건 한국어 트위터 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어로 쓰인 트윗을 포함한 것이고, 한국어 자막을 바로 볼 수 있는 주소를 언급한 트윗은 현재 44개입니다. 또 제가 디자인과 플레이에 포스트로 따로 올린 것도 33개의 트윗을 탔죠.

트위터 반응의 내용 역시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습니다. 단문 메시지 서비스의 특성상 대부분 짧게 긍정이나 호감을 나타냈지만요.

반면, IT 사업을 준비중이라는 한 사용자는 몇 번의 트윗에 걸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의 힘만이 바꿀 수 있다"고 지적하며, 맥고니걸의 강연은 "게임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또 "게임의 달인에게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 물어보니 폐인만 만들 뿐이라고 답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가 디자인과 플레이에 올렸던 포스트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댓글 하나가 달렸습니다. 글을 남기신 분은 이 강연이 "초등학생들이 PC방에서 욕하며 게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는 빼고 이야기한다며, "교육적인 게임이 그만큼 많아졌을 때 해야 할" 강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작도닷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xacdo님은 블로그에 "게임의 사회적 의미"라는 포스트로 강연을 다뤘습니다. 그는 강연의 논조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맥고니걸 본인은 "게임을 썩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며 "게임이 앞으로 유망하고 썰을 풀기 좋으니까 (논의 소재로) 선택한 느낌"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이컨셉 & 하이터치"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우리들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정지훈씨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한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그는 이 강연을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는데 최고의 강연 중 하나"라고 평하며, "우리나라의 뛰어난 게임 기획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제안했습니다.

플래시게임을 소개하는 블로그 Chocogames의 쵸코님은 강연 영상을 보고 "우리는 게임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는 강연을 계기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세간의 평가를 다시 생각하면서, 개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비해 부족해서 느끼는 '불행'과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게임에서 이룬 '성취'를 대비했습니다. '성취'가 그 '불행'을 없애줄 수 있느냐, 아니면 그 '성취'는 현실의 '불행'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냐가 게임에 대한 관점을 가른다는 것이죠.


다음 소재는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게임) 아니면 "The Art of Game Design"(책) 중 하나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한국에서의 관련된 논의가 임계질량을 넘으면 글로 정리해 찾아오겠습니다 :)



  1. alternative reality game; 용어에서 오해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거나 하는 메시지가 담긴 장르가 아닙니다. 여기서 "대체 현실"이란 게임이 현실을 무대로 하면서 가상의 설정을 가진 세계인 척 하는 걸 말합니다. 맥고니걸의 게임 중 하나인 "석유 없는 세계"가 실제 세계를 무대로 하지만 "석유가 없다"는 가상의 설정을 덮어씌운 것처럼요. [본문으로]

지난 2월 게임 디자이너와 연구자, 미디어 학자들이 게임과 예술의 관계를 논했던 심포지엄 The Art History of Games의 강연 영상이 오늘 조지아 공대의 리포지터리 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이 심포지엄은 제가 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적이 있죠. 당시 트위터와 보도기사 등으로 겉핥기만 해서 아쉬웠는데, 드디어 6개월여만에 그 전말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상에는 이안 보고스트와 미하엘 니체, 예스퍼 율 등 게임 연구자, 브렌다 브래스웨이트, 에릭 짐머만, 존 로메로 등의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로러와 테일 오브 테일즈 같은 인디게임 개발자들, 크리스티안 폴과 같은 미디어 연구자들이 저마다의 견해로 게임과 예술을 말하는 모습이 잘 담겨있습니다.

영상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모두 가능한 형태입니다.

2010년 TED에서 "세상을 바꾸는 게임"을 외쳤던 대체현실 게임 디자이너 제인 맥고니걸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오픈한다고 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게임을 만드려는 사람과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라고 하네요.

사이트의 이름은 gameful로 http://gameful.org/에 접속해보면 오픈 날짜인 10월 28일을 카운트하고 있습니다. 맥고니걸은 "누구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임을 만드려는 사람들이 협력자와 아이디어, 멘토, 일자리, 펀딩을 찾기 쉽게 하는 것이 gameful의 목표"라고 합니다.

제인 맥고니걸은 그 동안 World Without Oil, EVOKE와 같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체현실 게임의 개발에 앞장서온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제인 맥고니걸 외에도 그녀와 EVOKE를 함께 개발한 네이트론 벡스터의 공동창립자 나단 베릴과 매튜 젠슨, EVOKE의 프로듀서 키야시 몬세프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The Art of Game Design"의 저자 제시 셸 교수가 게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미나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7월 27일 롱 나우 재단이 주최하는 "장기적 사고"(Long-Term Thinking)를 주제로 하는 월례 세미나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롱 나우 재단(Long Now Foundation)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앞으로의 10,000년을 바라보며 느리지만 더 나은 문화 사고를 촉진하려는 문화 재단입니다. 지난 2006년에는 "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도 전자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죠.

셸의 강연은 "게임포칼립스의 비전"(Visions of the Gamepocalypse)이란 제목으로, 2010년 DICE 서밋에서 가졌던 강연 내용을 확장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DICE에서 일명 "상자 밖 디자인하기"(Design Outside the Box)란 강연으로 Wii와 "기타히어로", 소셜게임과 같은 경향은 게임이 현실로 침투하는 경향이라면서, 미래에 우리는 현실을 게임처럼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령 와이파이가 연결된 칫솔로 이를 잘 닦을 수록 포인트를 추가해준다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자체에서 포인트를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현실이 게임처럼 명확한 피드백과 동기부여의 시스템으로 "디자인된다"는 것이죠. 그의 강연은 찬사부터 혐오까지 극단의 반응을 일으켰고, 논의를 확산시켰습니다.

긍정하는 쪽은 이런 시스템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고, 부정하는 쪽은 비인간화와 상업화의 부작용을 예로 들었죠. 또 게임이란 매체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미래의 삶은 사회설계사 같은 직함을 단 게임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게임이 될까요? 그렇다면 우린 즐거울까요? 그걸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셸의 이번 롱 나우 재단 강연은 거의 2시간으로, 30분이 안 되었던 DICE 강연의 4배 가량입니다. 이 시간 동안 그는 DICE에서 말했던 주장의 뒷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왜 그런 미래를 예상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징후를 제시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갖습니다. 강연영상 밑의 탭을 보면 내용을 타이핑한 트랜스크립트(transctipt)도 자막처럼 볼 수 있으니 비교적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다운로드 탭에는 강연 오디오와 영상, 트랜스크립트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서 번역할지...또 모르죠.

시간표는 아직이지만 일단 강연리스트는 나왔군요!


시간표는 http://kgconf.com 을 바로 참조해주세요. 

올해도 가능하면 추천 세션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덧.

이제 시간표도 나왔습니다. 슬슬 계획을 짜야할 시간이군요.

사전등록 마감은 9월 8일까지라고 합니다. 경험상 미뤄질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지난 13일, 스웨덴의 인디 게임 디자이너 cactus(본명 요나탄 쇠데르스트룀)가 자신이 만든 게임 18개를 묶은 "캑터스 아케이드 2.0"(Cactus Arcade 2.0)을 공개했습니다. PC용이고, 프리웨어입니다.

이 묶음에는 그간 기부자에게만 전달되었던 게임 Gamma 4와 Norrland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게임은 별도로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게 했네요.

(게임 실행이 안 될 때: 경로명에 한글이 들어가 있을 경우 메뉴에서 게임을 선택하면 버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게임선택 메뉴를 거치지 말고 다운로드 받은 게임 폴더의 games 폴더에서 개별적으로 게임을 실행하면 됩니다.)

cactus의 게임은 하나같이 어렵거나 불친절합니다. 대부분 키 조작 외에는 거의 가르쳐주는 게 없어서 게임방법은 플레이어의 본능으로 자각하거나 시행착오로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지난 GDC(게임 개발자 회의)에선 "재미를 위해 플레이어 학대하기"(Abusing Your Players Just For Fun)란 제목의 강연을 한 사람이 cactus입니다. 그는 강연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느낄까, 편안해할까를 신경쓰다 보면 디자이너로서의 비전에 타협하게 된다"며 "순수하고 독자적이며 여과되지 않은 자기 표현으로서의 게임"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게임을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cactus의 게임은 대부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안에 만든 것이고, 대개 어떤 하나의 아이디어나 관점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에 가깝습니다. 불편하고 때로 불완전한 면도 있지만, 그 단순하고 기괴한 게임에서 뭔가 얻어갈 것, 생각해볼만한 것은 하나씩 있을 겁니다.

저는 cactus의 게임을 하면 디씨인사이드 같은 곳에 올라오는 만화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만화는 어설퍼 보여도 메이저에서 놓치고 있는 뭔가 중요한 것을 담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cactus가 인디 개발자로서 마음껏 게임을 만들고, 제가 그것을 해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합니다. 그는 상업용 메이저 게임, 심지어 다른 인디조차도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게임을 만듭니다. 앞으로도 그가 자기 맘대로 게임을 만들면 좋겠네요 :)

이번 "캑터스 아케이드 2.0"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게임은 새로 공개된 Gamma 4와 Norrland, 그리고 Kryzta, Silent Chain, EVAC, Xoldiers, This is Infinity입니다. Gamma 4와 Xoldiers는 기괴한 분위기를, Kryzta와 Silent Chain은 독특한 게임 메커닉을, EVAC은 짧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된 레벨을 주목할 만 합니다. Norrland는 세 가지 특성을 모두 조금씩 담고 있네요. 그리고 This is Infinity는...아마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cactus에 게임에 더 관심이 생기신다면 2008년에도 "캑터스 아케이드"가 나온 바 있으니 참고해보시길.

예, 그렇습니다.

제가 몇 번 트위터에서 게임 디자인 서적의 삼합이라 떠들었던 책들이 모두 한국에 모였습니다. 삼합이란 크리스 크로포드의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 (1984)과 케이티 살렌과 에릭 짐머만의 "Rules of Play" (2003), 제시 셸의 "The Art of Game Design" (2008), 요 세 권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이 중 "The Art of Computer Game Design"만이 같은 제목으로 2005년에 번역 출간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 7월, 드디어 "The Art of Game Design"이 "짜잔!"하며 번역 출간되었고, 비교적 조용히 "Rules of Play"가 "게임 디자인 원론 1"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모두 게임 디자이너라면 읽기를 강력히 권장하는 책들이지만 혹시 망설이는 분이 있을까 하여 간단히 소개해봅니다.

The Art of Game Design

이 책에 나오는 원리들은 디자인에 지침이 돼주고, 더 나은 디자인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쓸모 있는 관점을 제시해주겠지만,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유일한 길은 직접 연습해보는 것 뿐입니다. 좋은 게임 디자이너가 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지금 이 책을 덮으세요.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당신의 남은 전 생애에 걸쳐 하게 될 끝없는 공부, 연습, 되새김, 통합 과정의 시작입니다.

- 책 속에서

"The Art of Game Design"의 원서는 200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제시 셸은 카네기멜론 대학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게임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죠. 또 그는 게임 스튜디오인 셸 게임즈의 창립자이면서,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프로 저글러, 작가, 코미디언, 마술사 조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채로운 경력을 거쳐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듯, 그는 무엇보다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책은 "게임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한국어판 부제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의 게임 디자인이 잘 집약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그간의 게임 디자인 이론과 게임 연구는 물론, 심리학, 인류학, 건축, 공학, 문학,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문헌을 광범위하게 참조하고 인용해 뜻이 통하도록 정리하고 설명합니다. 이런 방대함과 책 두께 때문에 짐짓 복잡하고 무거울 것 같지만, 저자는 독자와 대화하며 안내하듯 그 내용을 편안하게 풀어나갑니다. 서문만이 아니라 책 전체를 경어체로 번역하는 걸 고려해봤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요. (전문서인데!)

책은 챕터마다 게임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태초에 디자이너가 있고, 디자이너는 경험을 만들며, 경험은 게임에서 발원하고, 게임은 요소로 구성된다...식으로 저자는 게임 디자인의 마인드맵을 하나씩 그려나갑니다. 셸은 이 책이 그린 마인드맵을 시작점으로 독자가 마음 속으로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 나가길 권합니다.

또 책 곳곳에 디자인을 할 때 생각해볼법한 관점들을 정리한 게임 디자인 "렌즈"를 배치해 실제 디자인 과정에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렌즈를 카드로 만든 "Deck of Lenses"도 있는데, 한국에 출시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어판은 역자가 "게임 아키텍처 앤 디자인" 등 다수의 게임 개발 서적을 번역한 분들이라 번역이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다만 문체를 좀 더 부드럽게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음......무슨 이야기가 더 필요할까요? 여느 게임 디자인 서적보다 광범위하고 실용적이면서 재미있는 책입니다.

게임 디자인 원론 1

"게임 디자인 원론 1"의 원서인 "Rules of Play"는 2003년 출간되었고, 그 동안 게임 디자인과 게임 연구의 논의에서 많이 인용되어 온 준 고전입니다. 책은 교육자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케이티 살렌과 게임 디자이너 에릭 짐머만이 함께 썼습니다. 케이티 살렌은 게임으로 가르치는 학교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의 운영진이고, 에릭 짐머만은 "다이너 대시" 등의 게임을 만든 게임랩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두 쪽 모두에 깊이 관련된 이승택님이 이 책의 한국어판 감수를 맡은 게 우연은 아니네요 :)

책은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보다는 게임과 게임 디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정리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나 수익, 팀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다룬 "The Art of Game Design"과는 달리 게임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죠. 다른 게임 디자인 서적에 비해 읽기가 좀 빡빡할 수 있습니다.

원서가 688쪽인데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254쪽이라, 이후 "게임 디자인 원론 2", "게임 디자인 원론 3" 형식으로 나누어서 나올 예정인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책 소개의 목차에는 모든 단원이 표기되어 있네요.) 아직 저는 한국어판을 입수하지 못 한 상태라, 번역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속내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고, 연구를 시작하는데 방향을 잡고 싶은 게임 디자이너/개발자 분들이라면 추천할 수 있습니다.

두 저자는 2005년에 게임 논의의 주요 논점을 대표하는 글을 수록한 "The Game Design Reader"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저자의 글들이 논점에 따라 정리되어 해설과 함께 구성된 책이죠. 이후 이 책도 한국어판이 나오길 바라지만, 분량이 무려 954쪽인 데다 다양한 저자의 글이 모인만큼 판권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2010년 한여름에 한국 게임 디자이너들의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할 두 권의 좋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번역되지 못 한 좋은 책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임 디자인 이론서는 물론이고, 게임 개발과 문화, 비평, 연구에 있어 아직 번역되지 못 한 좋은 책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 디자이너들의 지식과 경험, 영감은 미처 정리되지 못 한 채 정처없이 흐르고만 있습니다. 좋은 책의 번역 만큼이나 국내에서도 눈을 확 뜨이게 해줄 좋은 게임 디자인 서적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지난 3월, 게임 기반 교육 분야의 선구자 제임스 폴 지 교수와 엘리자베스 헤이스 교수, 그리고 이승택 교수님이 모인 "게임이 학교다"라는 행사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교육 기반 게임만이 아니라, 게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게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훌륭한 자리였다고 합니다(저는 못 가본 사람).

이 멋진 행사를 피그민의 광님이 4일치 모두 대범하게 정리해주신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섯 달이나 지났건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지, 어제 우연히 구글에 "게임이 학교다"를 검색합니다. 아아, 이것은...!! MBC 웹사이트에 행사의 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맙니다. 어헝헝.

안타깝게도 행사 첫 날 강연의 영상 뿐이고, 그래서 이승택님 말씀은 들을 수 없지만, 그리고 더욱 안타깝게도 한국어 통역이나 자막 같은 건 없지만, 강연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던 저로서는 꽤 기뻤습니다.

동영상 감상은 인터넷 익스플로어 전용입니다(....) 강연을 MP3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강연 듣고 영어 듣기 연습하고픈 분께도 추천드립니다.

인디게임 개발자 요르단 매그너슨[Jordan Magnuson]이 한국에서의 원어민 교사 생활을 마치고 동아시아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인디게임뮤니티 TIG Source의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2년간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해왔습니다.

31일, 그는 블로그를 통해 곧 한국을 떠나 동아시아를 여행할 것이고, 여행 도중에 각 국가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 거라고 합니다. 그 게임은 모두 프리웨어로 공개될 예정이라네요.

그리고 매그너슨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하려고 킥스타터를 시작했습니다. 킥스타터는 작가가 창조적 활동에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마련된 사이트로, 일반적인 투자와는 달리 수익을 나눠갖는 게 아니라 투자금액에 따라 작가가 설정한 보답을 해줍니다. 대부분 그 보답은 창작에 관련된 것(한정판이나 관련 상품, 사인, 크레딧에 이름 넣어줌 등)이죠. 한 마디로, 독자나 관객, 플레이어 스스로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작가의 창작을 지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킥스타터에 대해 더 자세히: 피그민의 관련 포스트)

매그너슨의 프로젝트는 지금 거주하는 한국부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미 한국에 대한 게임이 세 개나 있습니다.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다룬 "자유의 다리"[Freedom Bridge]부터 자신들이 가르친 중학생들을 위해 만든 익스페리멘탈 게임 "외로움"[Lonliness], 인터랙티브 픽션 "거기 있음"[Being There]이 있죠. 모두 그가 한국에 거주하면서 만든 겁니다.

분단상황을 다룬 게임 "자유의 다리"[Freedom Bridge]

특히 "자유의 다리"가 가장 인상적인데요. 매그너슨이 DMZ에 다녀온 뒤에 느낀 것을 '낫게임'[notgame]의 실천으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낫게임이란 "더 패스", "엔들리스 포레스트", "더 그레이브야드"로 잘 알려진 테일 오브 테일즈를 중심으로 하는 창작의 기조인데요. 게임의 성격을 갖지 않는 인터랙티브 아트 혹은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보며 컴퓨터를 이용한 표현의 범위를 다양하게 해보자는 주장이자 실천이죠. (관련 포스트: 테일 오브 테일즈, "이제 게임은 안 만든다") 여러 인디 개발자들이 포럼에 속해 있습니다. 필자인 저도 이 포럼의 멤버이긴 한데, 잠수가 잦은 멤버입니다, 넵(...)

플레이해보면 아시겠지만, 아주 짧고 단순하고 작고, 네, 실험적입니다. 그는 한국을 떠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타이, 말레이시아, 미얀마, 중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는 6개월간의 대장정을 계획했습니다. 국가마다 두세개의 게임은 만들겠다고 하니, 어떤 게임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과연 킥스타터로 목표액인 5000달러를 모아, 여행도중 웹 디자인 일을 수주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만드는 데 더 시간을 쏟을 수 있을까요?

그의 여정을 한 번 지켜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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